*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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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강도사
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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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O주(여. 50. 신장암.)
 
신대원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세계탐방"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학교의 지원을 받아 초대교회의 중심지였던 로마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탐방 주제는 '초대교회 여인들의 위대한 발자취'였습니다. 그 어떤 고난 앞에서도, 심지어 목숨을 버리면
서까지 신앙을 지켰던…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인들의 신앙의 흔적을 찾아보겠다는 의도였습니
다.
 
로마의 '나보나 광장'은 세계 최고의 관광명소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저는 그 광장 바로 뒤에,
한 여인의 신앙을 기리고 있는 교회를 탐방하였는데,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웅장한 모습을 가지고 있
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조용한 교회 의자에 앉아 묵상을 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행복한 가정을 지켜야 했던 여인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도 부족했을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
그 험한 고난들 앞에서도 어떻게 신앙을 지킬 수 있었는지.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이 믿었던 복음은 과연 내가 믿고 있는 복음과 같은 것인지.
 
마치 세상을 좌우로 나누듯이, 한쪽은 세상 사람들의 이목으로, 다른 한쪽에선 신앙의 향기를 느끼는 공간에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바라보시는 곳도 생각해봅니다.
분주하고, 화려하여 그래서 그 그늘에 가려져 있는 곳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
연약하고, 부족하여 그래서 하나님만 의지하는 신앙의 사람들을 보고계심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흔적을 쫓아 빛도 없고 이름도 없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동시대를 살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2013년 따스한 가을 오후 어느 날.
유가족인 남편 분으로부터 전자피아노를 기증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로 먼저 보낸 아내 최O주님의 피아노였습니다.
한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은 거의 새것이라고 하시던 남편 분께서 가장 먼저 이곳을 생각해주신 것입니다.
마침 쉼터가 증축이 되면 필요했던 차에 감사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전자피아노에 전원을 키고, 조용히 건반 하나하나씩 누르게 되자 아름다운 선율이 쉼터의 공간을 감쌉니다. 그
리고 그 선율에 최?주님과의 기억이 하나하나씩 떠오릅니다.
 
벌써 수년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건 그만큼 그와의 만남이 인상이 깊었던 게 아닌가 싶
습니다.
최O주님의 십대소녀와 같은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이 미소를 띠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비록 다리
로 전이가 되어 거동은 불가능하셨지만, 예배도 잘 드리시고 누구나 밝게 맞이 해주셨기에 모든 사람들이 그녀
를 좋아했습니다.
머리에 염색도 해드리고, 책을 좋아하신 다기에 재밌는 유머 책도 구입해드리면서 모두에게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고통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
다.
어느 날 그녀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 아들, 딸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교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의 임종이 가까워졌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의식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지만, 하나님 품으로 담대히 걸어가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
다.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기도를 해드렸고, 그날 저녁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쉼터 준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곧 그녀의 피아노는 쉼터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
로 수많은 찬송가를 연주하게 될 것입니다.
참된 쉼을 찾는 이들에게 그 찬송은 위로와 평안을 줄 것입니다. 하나님의 품에서 신앙의 선배들과 함께 있을 그
녀가 남긴 신앙의 흔적은 계속해서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