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 목소리 들려?” 자신의 귀를 막고 큰소리로 말하는 딸의 모습이 재밌습니다.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 놓고선, 저에게 안들리냐고 물어보다니요?
딸아이는 웃기만 하는 제 모습을 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물어봅니다. “아빠, 내 목소리 들리냐고?” 안들리니까 더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것이겠죠.
어쩌면 지난 우리의 인생이 스스로 귀를 막아놓곤, 하나님이 말씀하지 않으신다고 불만석인 인생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막은 손가락을 빼는 일입니다.
저 역시도 지난 해를 돌아보면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추고 호스피스 사역까지 제약을 받는 것에 답답하고 때론 속상한 마음도 많이 가졌습니다.
조심스럽게 1달을 준비한 아주 특별한 하루찻집도 단 이틀만에(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취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던 중, 유튜브 생중계로 드리게 된 송년기도회를 통해서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표현을 안하셨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에는 큰 TV로 연결해서 드리셨다고 하고, 오랫동안 기다리셨다는 분의 소식도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생중계에 대한 부담이 커서 목사님과 3차례나 녹화를 찍었었고 그 중에서 한 편을 공유할지, 생중계로 할지 예배 시간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고 생중계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목사님과의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격려해주심도 감사했지만, 호스피스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계신 곳에서 은혜를 함께 나눴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도 스스로 막아놨던 손가락을 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자 부드럽게 말씀하고 계셨던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1) 개인 신앙적 관점에서 : 모이는 예배가 아닌 흩어지는 예배
주님이 승천하시기 전(행1:8)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제자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저도 그랬습니다.
“땅 끝”은 곧 그들에게 닥칠 “고난”의 의미였습니다.
초대교회가 흩어지게 되자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교회가 세워졌고, 땅 끝까지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모이는 예배가 아니라 흩어지는 예배를 주님은 원하셨던 것입니다.
모이지 못하는 예배가 되자 오히려 가정 예배가 회복이 되고, 교회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끌렸던 신앙이 오로지 말씀과 기도로 이끌려 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 것입니다.
2) 공통된 신앙적 관점에서 : 진짜 호스피스 봉사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이 귀한 사역에 쓰임을 받게 된 것은 진짜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돌아보면 부족한 모습도 있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봉사의 연수가 초심의 마음을 갉아먹기도 했습니다.
적절한 긴장감보단 익숙해진 편안함으로 자기주도적인 봉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호스피스 현장은 긴장감이 흐르는 봉사가 되어야 합니다.
떨리는 손길로 어루만질 때, 그 떨림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될 때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은 서툴러 보이지만, 어떻게든 현장에서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진심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잠시 멈췄던 호스피스 사역을 다시 내딛게 되는 2021년.
우리는 진짜 호스피스 봉사자로 남을 수 있을까요?
일상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 리스트 중에, 호스피스 현장으로 달려가 환우들의 손을 잡아주는 목록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설레임과 보고싶은 마음으로 동역자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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