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별가족 기고문 *
11
111111

남 한 권 선생
 111
11.111111
저는 이 년 반전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암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저희는 아내와 딸 둘, 이렇게 네 식구가 아주 단란하고 검소하게 사는 그런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일요일이면 같이 가까운 관악산에 올라 사랑과 건강을 다지면서 집안일을 상의 하기도하고, 관악산 정상에 있는
연주암이란 절에 가서 등산객들 점심을 배식하고 있는, 부엌에서 봉사생활도 하고 산사 속에서 명상도 하면서
별 걱정 없이 사는 그런 부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한쪽 유방에 조그만 멍울이 만져진다고 가까운 H병원에서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했
으며 결과는 며칠 후에 나온다고 하면서 암이 아닌가 하며 좀 불안 해 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여태껏 생활해 온 습관으로 봐서는 결코 암 일리야 있겠냐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자기
건강에 조심하고 음식도 가리고 주변 환경의 청결에도 몹시 신경 쓰는 그런 아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며칠 후 아내는 조직검사결과 암이라 판정이 되어 빨리 입원하여 수술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암이라니…… 가장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이었습니다.
한동안 멍하게 있던 저의 생각에는 ‘이건 아닌데 검사가 잘못된 것일 거야 아내의 친척 가족으로 봐도 암에 걸렸
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항상 깔끔하고 자기 건강에는 철저하게 신경 쓰면서 살아온 그런 아내가 암이라니……
차라리 내게는 주변가족이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몇 분 계시어서 암의 확률이 많아 내가 암이라면 몰라도 내 아
내가 암이라니’ 하며 도저히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다시 S병원 J병원에 진찰했으나 똑같은 결론을 확인하고는 몹시 당황 했습니다
저는 집과 가까운 H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했으나 아내는 시설과 장비가 좋다는 S병원에서 수술하기를 원해서 일
주일을 기다려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담당의사는 다른 부위나 임파선에 전이가 없으면 암 부분만 제거를
하자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나중의 재발을 고려해서 완전절개를 원했지만 병소가 깨끗하면 그렇게 하
시라고 마지못해 승낙을 하게 되어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 결과 그 주위가 깨끗하며, 다른 부위에도 전이가
없어 암 부위만 잘라내고 일주일도 못되어 퇴원했습니다.
그 후 혹시라도 남아 있을 암세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일주일에 5회씩 7주간 35번 하였고 다시 그
힘들다는 항암제 주사 6회를 하는데 그 후유증을 아내는 무척 힘들게 참으며 견디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 항암제 주사 후 그 많던 아내의 머리털이 쑥쑥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삼일 내에 머리카락이 다 빠지게 되어
외출할 때마다 깊은 모자를 쓰고 다녀야만 했었고 그 모습이 누가 보아도 암환자로 보였습니다. 그런 아내를 옆
에서 지켜보는 저의 마음은 몹시 안타까웠으나 이렇게 해서라고 꼭 재발이 없기를 기원 했습니다
 
그런데 항암 5번째 하고는 아내의 느낌에 아무래도 수술주위에 조그마한 망울이 느껴지고 그 부근이 자꾸 아프
다고 해서 다시 그 병원으로 가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수술한 주변에 암세포가 남아있다고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35번의 방사선에도 죽지 않고 5회에 걸친 항암주사에도 암세포가 살아있다니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의사선생님의 말씀 잘 따르고 치료했는데 이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저는 의사한테 따졌지만 담당의사는 곤
혹스러워 하면서 그렇게 독한 암세포가 가끔은 있다고 그러더군요, 차라리 처음 수술할 때 아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 절개를 했더라면 또다시 수술하는 고통은 안 했을 텐데 하며 저는 아내로부터 많은 원망을 받았습니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야 그때 아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잘랐더라면….’ 하고는 항상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시 재수술 하여 한쪽 유방 완전히 잘라내고 퇴원할 즈음에 2차 항암주사를 6번 해야 만 했는데, 2차 주사는
1차와는 또 달라서 후유증이 엄청 심했습니다. 발바닥은 거의 감각이 없고 모든 관절 마디마디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 한 2, 3일은 끙끙 앓았습니다. 옆에서 보기가 너무 안됐습니다. 걷기도 힘들고 음식 냄새에도 구역질이 나
고 음식도 안 넘어가고 또 억지로 삼키면 도로 나왔습니다. 할 수 없이 가까운 내과에 가서 영양제 주사를 맞고
야 기력을 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2차 항암 6번을 모두 마친 후에는, 그 후유증 때문에 고생 정말 말도 못하게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내 보기에 너무 가슴이 아파 혼자 많이도 울었답니다.
부디 재발이나 하지 말고 다른데 전이나 되지 말아주세요 하고 하나님께도 많이 빌기도 했었답니다. 그때는 하
나님 믿지도 않았었는데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를 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