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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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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수 목사
본회11기,목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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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인가 모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중국 드라마 ‘종착역’을 본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인은 혼자 남게 될 부인을 걱정하며 이를 상의하기 위하여 자식들
을 부릅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찾아오지 않았고 결국 노부부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한 여행길을 오르기로 결
심합니다.
그런데 네 명의 자식들을 찾아간 노부부는 각자 저마다의 삶에 지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들 딸 들을 발
견하며 가슴을 아파합니다.
이혼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큰 아들. 돈 벌기에 급급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둘째 딸. 입시생인 손자의
가출로 가정이 흔들리는 셋째 아들. 그리고 남편이 불륜에 빠져 이혼을 결심한 넷째 딸……
노부부의 여행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어느덧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여행길이 되고 있
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을 모두 마칠 무렵에는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인생의 종착역을 맞아야 하
는 현실 앞에서 쓸쓸해 하는 부모의 삶을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몇 년 전. 저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보았습니다.
젊어서 집을 가출하여 탕자처럼 수십 년을 지내다가 말기 암을 선고 받고 입원하신 중년의 분이 있었습니다. 보
호자를 찾고 보니 부모는 이미 거동조차 쉽지 않게 노쇠해 버린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기쁨도 나
눌 틈이 없이 아들의 손을 쓰다듬으며 한 없이 울고만 계셨습니다. 자신들의 처량한 신세보다는 자식의 지나간
삶과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더 크셨던 것 같았습니다. 이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같
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얼마 전, 저는 그토록 고통스런 시간에서도 딸을 시집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매주 뵐 때마다 두 손을 들고 하트 모양을 하시며 반겨 주시곤 하셨는데 저는 그 분과의 행복한 만남을 교회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어느 날 “목사님! 우리 딸 중매 좀 하세요”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보다는 간병하는
딸의 혼사가 걱정이셨습니다.
그 분은 마지막 천국열차를 갈아타시기 전 날도 “제 딸을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하시고 먼 길을 떠
나셨습니다.
 
저 역시 2000년에 어머니를 이곳에서 보내 드렸는데 저희 어머님께서도 역시 그토록 깊은 병중에서도 걱정은 늘
자녀들이셨습니다.
 
창세기 3장 16절을 보면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 하리라.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라는 말씀이 있고
, 옛 말에는 “자식을 생각하면 한시도 편 할 날이 없다”란 말도 있습니다.
자식들을 향하여는 평생토록 사랑을 쏟아 주었지만 종착역 앞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남는 아쉬움……그것이 부
모님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모든 부모들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주일마다 병동을 찾고 있습니다.
갈 때마다 그 사이에 새로 입원하신 분을 만나는 기대를 가지고 갑니다. 그런가하면 같이 울고 웃던 분의 자리가
텅 비어 있음에 아쉬움도 큽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예배와 기도와 찬송은 곧 이곳이 천국잔치의 자리임을 확인
시켜 주곤 합니다.
 
이곳은, 가시는 분에게는 생의 종착역이자 천국 열차를 갈아타는 정거장입니다.
이곳은 제 인생을 배우는 곳이고 저의 그 날을 준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 자신도 언제 이 종착역에 다 다를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천국열차에 몸을 실어 인생의 종착역을 떠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가족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
다. 이래도 저래도 아쉬움은 남는다지만 그래도 돌이킬 수 없는 종착역에서 아쉬움을 덜 남기려면 그 길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