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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메트로병원 병동에서 봉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병원으로 오르는 언덕길의 나무들이 푸르고 풍성했었
다. 그런데 어느새 지금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월이 무척이나 빠르게 흐름을 느낀다.
가끔씩 날 부르신 하나님께 여쭤본다, “저 지금 잘하고 있어요?” “제가 그 분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고 있나요
?”하고....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에게 그것을 실감나게 경험한 것이
호스피스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호스피스란 말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호스피스에 대해들은 후, “아. 바로 이것 이로구나” 하며 끌리듯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받았다.
석 달 간의 교육을 받으면서 이토록 박한 세상에서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하
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분들의 작은 사랑도 환우 분들에게는 풍성한 사랑으로 전달되는 것을 본다. 마치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있었던
작두샘을 생각나게 한다.
한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지하 물을 얼마든지 솟아오르게 한다. 그것으로 마음껏 쓰고도 남아서 이웃까지도 넉
넉하게 퍼주던 훈훈한 기억이 있다.
 
처음 병원에 갈 때는 동료(호스피스)들과 깔깔대기도 하며 수다를 즐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곳이 주는 무게로 점점 진지해 질 수밖에 없었고 자신도 모르게 성숙된 자세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매번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전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는 ‘영혼사랑을 향한 결의’를 마치 군대 구호처럼 외치고 미소와 함께 병실 문을 노크한다.
잔잔하게 찬송을 부르며 때로는 어깨를 어루만져 드린다. 어떤 환우 분들은 찬송을 따라 부르시기도 하고, 본인
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한다. 이에 우리는 함께 웃기도하고 때로는 애절한 사연에 함께 눈물짓기도
한다. 발마사지도 해드리면서 “어떠세요?”하며 여쭤도 본다. 이것은 말과 함께 사랑을 전하며, 마음으로도 함께
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이 분들은 운명적으로 외롭다. 때로는 가슴속에 복음 전파에 대한 뜨거움이 솟아오른다.
복음만이 참 평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총체적 고통에 휩싸여 있는 그분들의 소중한 영혼을
하나님께서 안아 주시고 위로해주시기를 새벽마다 기도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도움을 받고만 사는 사람,
둘째, 도움을 주는 사람,
셋째,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호스피스로 섬기면서 내가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된 것에 마음이 뿌듯하다.
 
내게 건강 주신 것도, 물질 주신 것도, 가족 주신 것도, 이웃을 주신 것도 감사하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내가 되
는 길을 선택하도록 인도 해주신 은혜가 너무 감사하다.
그 날의 그 선택은 나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했고 나의 마음을 가을의 황금물결처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줌으로써 행복하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른다. 호스피스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환우
분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 분들로 부터 더 큰 사랑을 받으며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삶의 깨
달음을 얻는다.
이 귀한 일로의 선택의 기회를 주신 은혜가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