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
555

김명신 집사
제 12기, 월요 B팀
 
우리의 바람은 날마다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있음에 감사드린다.
 
오늘도 환우들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고 병실로 발길을 옮긴다.
멀리서 부터 알아보며 반겨주는 권O덕님.
아픈 몸으로 한쪽으로 비켜 앉으며 옆에 앉기를 권하신다.
무엇을 줄까 무엇을 마시게 할까. 이것저것을 들며 반가운 손님이라도 온 것 마냥 분주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너무나도 따뜻한 배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오늘도 봉사자가 아니라 봉사를 받고 있고 위로 자가 아니
라 위로를 받고 있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 육신의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주님 이름 아래 우리는 형제요 자매다. 이 마음으로 우리는
만남의 기쁨을 같이 한다.
나는 따뜻한 말도…. 돌봄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받은 은혜가 너무 크기에 빚 갚는 마음으로 서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기도를 드리려고 하니 부지런히 보청기를 귀에 가져간다.
삐 삐 주파수를 맞추는 소리가 한참이 지나서야 웃는 모습으로 변한다. 기도하는 시간에 행여나 놓칠세라 나의
손을 마주 잡는다.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만지며 통증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의 아멘이 뒤따른다.
기도를 마치고는 자연스레 찬송을 부른다.
“예수사랑 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만날 때마다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따라 부른다. 이제는 18번이 되었다. 눈
이라도 마주치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웃는다. 소녀 같다.
연애할 때는 시간 가는 것을 모른다는데 하나님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연애의 시간이다.
찬송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과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즐겁고 감격스럽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과 연애를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믿음에는 불가능이 없다고 한다.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반드시 결과로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결과와 상관없이 비록 고통과 역경가운데 있더라도 그 삶을 인정하며 문제 속에서도 꾸준히 하나님께로
나가는 과정이 곧 믿음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말씀이 성경에 쓰여 있는 것 아시죠?”
“주님이 십자가에 피 흘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여 주신 것을 믿으시지요?”
“우리 모두 천국 가는 것 아시죠?” 일일이 아멘으로 확답하는 모습!
이 모습이 주님은 얼마나 예쁘실까? 이곳에서 세례를 받으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식이나 깨달음만으로는 변화되지 못한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날로 변해가는 모습
에서 임이 날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을 본다.
 
오늘은 갑자기 수다스러워졌다. 걱정이 있단다.
옆에서 병간호하고 있는 결혼 시기를 넘긴 딸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란다.
전에는 교회도 다녔다며 다시 교회에 나가기도 원하셨다.
임은 수술과 합병증으로 인하여 입이 잘 벌어지지도 않고 치아가 없어서 많은 말을 하시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어떤 때는 분위기로 이해하고 그냥 끄덕여 주며 눈을 마주쳐 준다. 그러면 어느새 소통이 된 것으로 알고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위로하며 마음의 평화를 주려는 마음. 이것이 곧 주님의 마음이다.
우리는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나도 그 마음을 가지고 싶고 그 마음으로 아픔에 같이 하고 싶다. 주님의 마음이 나를 통하여 저들에게 흘러가기

를 간절히 사모하고 있다.
 
우리는 실수가 많은 인간이다.
그러한 우리를 품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화시켜 가시고 더구나 일꾼으로 까지 삼
아 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주님. 강자의 이웃이 아니라 고통 하는 이들의 이웃이 된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형제로써 이 자리에 서 있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