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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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란 전도사
병동 자원봉사자실장
 
김○선(간암, 59세 남)
 
저는 아버지의 나이 사십이 넘어서 태어난 늦둥이 막내딸입니다. 동네에서도 엄격하기로 소문난 아버지셨습니
다. 위로 오빠 하나와 언니 둘이 있는데 아버지를 얼마나 어려워했는지 말도 잘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
는 아버지가 무섭지 않았고, 엄마보다 아버지와 더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배운 노래도 아버
지의 팔베개를 베고 익혔고, 집주위에 여러 종류의 과일 나무를 심어 철따라 먹여주셨습니다. 지금 가장 귀한 기
억으로 남는 것이 한 겨울에 아침잠을 깨지 못하고 뒹굴 거리는 저의 뺨에 차가운 연시감을 대어 일어나게 하셨
습니다. 아버지지만 어머니 같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지금까지 살면서 몇 번의 정말 견디기 힘든 때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그
다정하고 진실했던 아버지를 꿈으로 보여주시면서 내게 아버지로 다가오셔서 위로해주시고 기도에 응답해 주셨
습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저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나열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 환우 가정에도 이런 모습으로
함께 해주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환우 분은 금년 2월 간암진단을 받고 색전술을 7회나 받았으나 이후 더 악화되어 뇌(腦)로 전이가 되신 상태로 ‘
사랑’ 병동에 오셨습니다. 6월28일 입원 당시의 간호기록을 보았더니 ’꼬집으면 움찔하심’이라 할 정도로 거의
혼수상태였으며 소변도 못 보셨습니다.
며칠 동안을 몸을 뒤척이며 계속 주무셨습니다. 의료진의 집중적인 관리로 7월 2일 부터는 잠에서 깨어나 간신
히 단답형의 말씀을 하시기 시작하셨고 소변도 조금씩 나왔습니다.
 
환우 분은 의식이 점차 회복되어 갔지만 얼굴은 매우 어둡고 굳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배에는 병상에 계신 채
로 매일 참여하게 되었고 점차 관심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7월 4일 예배드린 후 라운딩 중에 다시 핵심 복음을 전했더니 “다 들었어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할렐루야. 환
우 분은 그 즉시 영접기도를 따라 하셨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10;17)고 하였는데 그 말씀이 살아있음을 저희들은 이곳에서 수(數)도 없이 많이 경
험하고 있습니다.
7월 7일 부인과 봉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격적인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환자분이 얼마나 우시는지 지켜보
는 이들도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그 눈물은 아마도 안도(安堵)의 눈물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더구나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살
아왔던 사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의 시간이지요.
이제 세례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다는 선포를 들으며 얼마나 많은 회한과 안도의 감정이 교차되었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그 눈물을 이해하시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의 전개는 하나님 계획과 섭리(攝理) 가운데 이루어지는 역사입니다.
입원하시던 날이었습니다. 아들을 만났을 때 “많이 힘들죠?”했더니 금방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느 가정이나
아픔이 있겠지만 이 가정에도 아픔이 있음을 부인에게 들었습니다. 환자분이 여러 해 동안을 쉬시면서 가장으로
써 경제적인 별 도움을 못주셨다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족 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특별히 아들과 아버
지와의 관계가 아주 멀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게 되었는데 특히 아들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게 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연민. 죄책감 같은 것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몹시 지친 부인(집사)은 남편구원에 대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스텝들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로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황량한 상황에서 하나님은 마치 어머니 같은 따스하심으로 그 가정을 찾아 주셨습니다. 상처받은 그 가정
의 아픔을 만져 주시고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환자분은 점차 마비되었던 팔에 힘이 생기고, 나오지 않던 소변이 나오고 병실을 왔다 갔다 하며 걸은 정도로 증
상이 호전되었습니다.
세례를 받으신 후, 환자 얼굴엔 그동안 마치 감추고 있던 것을 내뿜기라도 하듯이 생기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
변화가 너무나 확연하여 가족을 포함한 모두는 놀라워하기도 하였습니다. 점차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있
었고 환우분 병상에는 문안 오는 이들로 웃음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상태로는 가정에서 지내실 수 있겠
다’시며 과장님은 퇴원을 허락하셨습니다.
 
며칠 전. 전화를 드렸더니 가족과 함께 지리산으로 휴가를 다녀오시는 길이라며 차안에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제 저는 그 가정을 놓고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 몸의 상태가 극적으로 좋아지고 가정까지 회복되는 기쁨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동시에 영생의 기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가정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