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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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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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봉(위암, 전립선암, 86세, 남)
 
어르신은 입소 당시 몹시도 허약하여 걷는 것조차 위태했습니다.
입소하실 때가 2008년 10월 초였는데 오실 때부터 전기장판을 가져 오셨고, 겨울 잠바를 입으신 채로 장판 온도
를 최고 수준에 놓고 지내셨기에 화상과 화재의 위험에 긴장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이불까지 덮고 계시고 화장실 출입 외에는 두문불출이었기에 무슨 말씀을 드리기조차 어려웠습
니다.
 
며칠이 지난 후, 저녁 예배를 알리러 방에 들어갔더니 “난 불교야”하시며 정색으로 거부를 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아들과는 양해가 되었어요”하였지만 “아들은 아들이고 나는 나야”하시기에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이
곳까지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기에 기도하며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어르신은 처음부터 경계하시는 것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평생 교회를 가본적도 없으셨고 더구
나 며느님이 절(정확히는 점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자녀들과 연락이 안 되어서 급한 김에 주소지를 찾아 갔는데 그 집이 바로 절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본 정(情)이 생긴다’더니 식사도 챙겨드리고 이발과 목욕 등으로 가까이 하는 동안에 서서히
경계를 푸시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주님이 그분의 걸음을 이곳으로 인도하셨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기 시작
한 것입니다.
치아가 전무하신 어르신은 거의 모든 음식을 믹서기로 갈아서 드렸습니다만 한 그릇씩 완전히 비우시는 저력
(?)을 보이셨습니다.
점차 안정이 되시자 창백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느 날엔가 부터 거실로 나오시기도 하셨고 구경삼은 예배참석을 권하였더니 마지못해 자리에 앉으시기 시작
하셨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편치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일단 예배에 참석하시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하셨으니 자주 듣는 가운데 언젠가는 귀가 열리고 받아 드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
었습니다.

 
어르신은 과묵 하신데다가 치아마저 없으시니 평소에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못해서 못하신 것
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입소 상담을 하고 있는데 작심을 하신 듯 나오시더니 “이곳은 고려장이야. 난 자식이 여섯이나 있지만
다 소용없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상담오신 분들은 민망해서인지 서둘러
서 그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어르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0대에 혼자가 되신 후, 재혼도 안하시고 힘겨운 농사로 자녀 여섯을 키우셨지만 막상 이렇게 늙고 병들고 나니
어느 자식 선뜻 나서서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었기에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같았습니다.
그날 목사님은 설교 중에 자녀들 입장을 설명하며 “같이 있다고만 효자가 아니라 이런 곳에서 편히 지내실수 있
도록 하는 것이 진짜 효자예요” 하며 설득을 해 드리니 고개를 끄떡이며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하더니 “부모는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하는 생각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 후 저희들은 더욱 이곳이 가정과 같은 곳이 되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내시는 동안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몇 차례 입원도 하시고 외래를 다니기도 하셨습니다. 전세현 과장님
께서 잘 돌보아 주셨고 마지막도 과장님 보살핌 속에서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과장님은 쉼터와 병원의 전달체계가 교과서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동안 말씀을 들으시며 고개를 끄떡이기를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모릅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아멘의 표시이
겠지요. 그분은 주관이 너무 분명하셔서 이해가 안 되시면 아예 예배 참석도 안하실 분입니다.
비록 주변 입장으로 인하여 세례까지는 받지 못하셨지만 점차 완전히 예배가 체질화가 되어 제일 먼저 자리를
잡으시기도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것이 저희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보람으로 남습니다.
이곳은 예배가 마쳐질 때면 언제나 ‘천국 구호’를 3번 외치는데 어르신은 치아가 없으시니 그 입모양이 마치 예
쁜 아기의 입모양이 되셨습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히 남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지난 구정에 아들 집에 다녀오신 후, 자녀들로부터 받으신 돈이 있다시며 “염소 한 마리 푹 삶아 먹고 싶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그 직후 갑자기 위급상태가 발생하여 미쳐 소원을 들어 드리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
습니다.
 
오랫동안 가족같이 모시던 두 분이 연속으로 저희 곁을 떠나셨기에 이곳 분위기는 한 동안 울적했습니다.
하지만 슬퍼하지만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밝은 모습의 재회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