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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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 숙 권사
제 22기. 월요 A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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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년 동안 우리 가정을 돌보아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자식과 직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참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열심히도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큰돈은 없어도 두 아들과 함께 비교적 안정된 삶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덧. 아들들도 장성하여 각기 가정을 이루어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되면서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무언가를 잃은 듯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것이 이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빈 마음을 무엇으
로 채울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뒤늦은 감은 있지만 “기왕이면 남은 삶이 자식들 보기에도 귀감이 되
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하나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던 중이었는데 문득 시숙께서 정년 퇴직하신 후, 하시는 일이 떠
올랐습니다. 호스피스였습니다.
보통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시숙은 사회생활에 매우 열심이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직을 하시더니 평소에는
전혀 관련이 없으실 것 같던 호스피스 봉사 활동을 시작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비록 몸은 따르지 않았어도
생각은 품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무척 놀랬고 부끄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가끔 생사의 갈림과 고통. 가족 간의 헤어짐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언제나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
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숙의 전향적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한번 용기를 내 보고 싶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두
려움이 앞섰습니다만 일단 봉사자 교육부터 받기로 하였습니다.
‘호스피스란 무엇인가’하는 첫날 강의를 시작으로 해서 진도를 더해가는 동안에 차츰 생각이 바뀌어 가기 시작
하였습니다.
죽음이란 결코 남의 이야기도.. 이상한 이야기도 아님을 알게 되었으며, 호스피스봉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너무도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니 봉사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현장에서 재확인되는 최고의
가치는 역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었습니다.
작년에 뵈었던 중년의 환우분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끔씩 몰려오는 극심한 통증을 참아 내시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런 시간이 아니면 항상 웃는 모습이었습
니다. 그리고 틈틈이 옆의 환우를 챙기셨고 수시로 봉사자들에게도 감사함의 표현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참으로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지내다가 떠나 가셨습니다. 기독교 가치를 가진 자의 전형이었는데 고통스런 자리에
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병상을 볼 때마다 그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쉼터에서 설립기념행사가 있던 날. 남편을 초대하였습니다.
그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은 “당신. 결정을 참 잘했어요”하며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
당신도 퇴직 후에는 봉사자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응수를 하였는데 아직은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
다.
부부 봉사자 커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커플 봉사에 꿈이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분홍빛 유니폼을 같이 입고 발도 닦아 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보아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 “꿈은 이루어 진다”고 하였는데 저의 꿈도 꼭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해 아래 모든 것이 헛되도다”하였고, 모세는 “인생에 남는 것은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젊
었을 때는 와 닿지 않던 말씀들이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도 가슴에 저며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찌라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하셨습니다.
무의미를 극복하고 이토록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걸음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