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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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란 전도사
자원봉사자실 실장, 목양위원
홍OO 환우님(여. 33세)의 입원하실 때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파리한 모습으로 입술이 바싹 타들
어가고 있었고 복부팽만과 하지부종이 굉장히 심하였습니다.
2010년 10월 진행성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이듬해 8월 검사결과 다발성 복막 전이가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후 시골에 내려가셔서 쑥뜸 등 자연치료를 시도해 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다
가 결국은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1인실을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그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시달리셨
는지 회진시간에 들어가도 별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배꼽주위에 염증이 생겨 열도 있었고 분비물이 많아 두꺼운 거즈뿐 아니라 환의와 시트까지도 젖곤 했습니다.
의료진의 드레싱도 거절하시고 소독도 되지 않은 거즈수건으로 환부를 그냥 덮어놓고 있었습니다. 분노와 자포
자기가 뒤엉켜 있어 보였습니다.
환우님의 어머님은 성도였지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하는 인사를 드려도 아주 냉정하게 거절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입장이 되고 보니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목양위원들은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마음을 열게 해 드릴 수 있을까.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를 놓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분들께도 기도를 부탁드리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 런지를 기다리고 있
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 걸음으로 예배시간에 들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드린 후의 표정을 살펴보니 매
우 밝아져 계셨습니다.
그 다음 날은 따님과 함께 들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두 분의 걸음은 계속 이어졌습니
다.
이젠 봉사도 순조롭게 받아들이시고, 당신들의 살아 온 이야기도 하시면서 소통이 이루어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환우님은 어린 아이에게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주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어요. 살고 싶어요.”라고 할 때마다 ‘내가 하나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시니까 어떤 좋은 계획을 하고 계실 거예요”하는 ‘어떻게 보면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로 위로를 해드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젊은 엄마는 그 말에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딸 같은 환우를 지켜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봉사를 마칠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그 방을 떠나
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몸은 점점 쇄하여 갔습니다. 또 혼수도 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입원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안정을 찾아 가셨습니다. 그러던 6월 5일 아침. 환우님은
고통도 아픔도 상처도 없는 영원한 나라로 조용히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환자분이 소천하신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얼마 전, 그리고 오늘 그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반가워하시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거듭하셨습니다. 그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출애굽기 17장 8-16절의 이스라엘과 아멜렉의 전투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우리를 위하여 사람들을 택하여 나가서 아말렉과 싸우라 내일 내가 하나님의 지팡
이를 손에 잡고 산 꼭대기에 서리라 여호수아가 모세의 말대로 행하여 아말렉과 싸우고 모세와 아론과 훌은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니 모세의 팔이 피곤하매
그들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아래에 놓아 그가 그 위에 앉게 하고 아론과 훌이 한 사람은 이쪽에서, 한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한지라
여호수아가 칼날로 아말렉과 그 백성을 쳐서 무찌르니라.(출17:9-13)
 
돌아 보건데,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환우님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죽음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약속의 말씀을 부여잡고 기도
하고, 저희 들은 저희들대로 마치 아론과 훌처럼 이쪽저쪽에서 봉사와 기도로 함께 하였던 너무도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
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3:11)” 라는 본문으
로 설교 말씀을 들었습니다.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란 말은 그냥 아름답다는 말이 아니라 ‘정확한 것을 근거로 적절하게 하셨다’란 뜻
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생명의 주인이기에 근본적인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계획이 어떠한지를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고난 가운데 있을 때나 가슴 아픈 일과 허용키 어려운 고통의 시간까지도 결코 ‘의미없는 일
(시간)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 !
그 가정을 주신 분도 주님이시니 이 풍랑 속에서 그 가족을 보호하시고 남은 식구들…특히 어린 자녀에 대하여
도 세우신 계획에 따라 아름답게 이끄실 것을 저희들은 믿어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일에 저희를 사용해 주시는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