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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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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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해 낼 수가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되는 가운데 2007년 1월. 첫 환우 분을 만났습니다. 그후
벌써 만 5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내 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나 온 시간의 잔영이 주마등과 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투병하실 때,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제가 이렇게 많이 아파하고 고통 받는 분들과 함께 생활
을 하고 있다니… 문득 문득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을 제가
지금 하고 있습니다.
 
몹시도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오후.
‘온유 방’에 계시던 함OO(여. 99세. 장기요양)어르신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정오까지만 해도 평상시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으셨지만 오후 간식을 남기시기에 조금은 이상하여 자리에 뉘어
드리니 “난 아직 정신이 있어요.”하시면서 눕기도 하셨는데 숨을 몇 번 몰아쉬시더니 그길로 부르심을 받으셨습
니다. 그야말로 주무시듯이 떠나가셨습니다.
상태가 심상치 않아 긴급히 가족들에게 알려는 드렸지만 미쳐 도착하기 전이었기에 이곳 직원들이 마지막 길을
기도로 지켜 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침 전날 예배 시에는 고후 5:1-2로 “죽음은 끝이 아니고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라는 목
사님의 설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큰소리로 “아멘”을 수차례나 하심으로 설교에 흐름이 막히기도 하
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어쩌면 당신의 때가 가까이 이르심을 예감이라도 하신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
다.
가족들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켜 드린 것에 고마워하며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믿음 방’에 계시던 오OO님(여. 59세. 대장암. 전이)은 너무나 딱한 분이셨습니다.
아주 젊은 나이에 폭력이 심한 남편을 피해 4남매를 남겨두고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여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 세월을 살아가다가 암을 얻었습니다. 생활 보호대상자로써 수술은
받게 되었지만 더 이상은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저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눈길도 주지 않고 필요한 말만…그것도 매우 퉁명스럽게 던지듯이 할 뿐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원망도 컸습니다.
엉겁결에 실수한 변을 치워 주고 나서야 “고생하셨어요”하며 말문을 열기 시작하였고, 어깨를 주물러 드릴 때는
“미안하다”는 인사도 하였습니다. 가끔 저를 언니로, 목사님을 오빠라고도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따금은 “정
말 무료인가?”를 거듭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콩을 갈아 해드렸는데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거의 못하셨기에 놀라웠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침부터 혈압과 맥박이 매우 불규칙해 지고 헛소리를 하기도 하여 과장님께 상의를 드리고
메트로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원 3일 만에 봉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
셨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낸 이곳 생활이 세상의 온기를 적게나마 느끼게 되시고, 한(恨)많은 세상을 용서하고 떠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방’에는 지난 8월호에서 ‘강한 훈련’의 배경이 되신 배OO(남.75.대장암. 전이) 어르신이 계십니다.
그 후 어르신은 주일예배는 물론 매일예배에도 참여하고 계시며
설교에 이해가 되시거나 혹은 저희가 알고 있는 어르신 형편에 대하여 기도를 해 드리면 도중에도 “감사합니다”
를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아멘“으로 바꾸시도록 권유를 해 드렸더니 이제는 ”아멘“으로 화답하시곤 합니다.
며칠 전 저녁에는 저를 찾으시기에 웬일이시냐고 물으니 “변비약을 먹었는데 예배 중에 배가 아프면 곤란 할 테
니 오늘은 예배를 조금만 일찍 드리자”고 하십니다. 할렐루야!
밖의 일을 하고 땀을 많이 흘리고 들어온 목사님을 보면서 “보신탕을 좀 잡수시라”고 권하기도 하시는 등. 하루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시는 것을 보며 저희들은 성취감도 느낍니다.
처음 오셨을 때, 매사에 부정적이시고 예배를 완강히 거부하시던 때를 생각해 보면 “한번 마음을 열면 이렇게도
변할 수가 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비록 조건부(?)로 태도변화가 시작하셨다고는 해도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하셨으니 ‘머지않아 신앙고백을
하시고 세례까지 받게 되시기’를 저희들은 기도하고 있습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의 끈’을 잡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긴장의 연속인 고달픔 속에서도 그 직업을 놓지 못하는 어느 산부인과 간호사는 “한 생명을 처음으로 만나는 보
람 때문”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희들은 ‘한 생명을 마지막으로 만나는 보람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복은 ‘쓰임을 받는 복’이라고 하는데, 이토록 의미 있는 일에 쓰임을 받는 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