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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주
 
현대적 의미에서의 호스피스의 흐름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을 거쳐 아시아 지역으로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
다.
이런 의미에서 언젠가는 미국의 호스피스 프로그램들을 견학하고 싶어 했는데 이번에 귀한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뉴저지(뉴욕)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뉴욕 뉴저지 일대의 호스피스 프로그램들에 대한 소개와 방문신청을
부탁하였는데 감사하게도 귀한 분들과의 만남과 현지 프로그램의 견학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뉴저지 필그림 사
역센터의 호스피스 실무책임자 양유환 장로님을 소개받게 되었다. 장로님은 “필그림 호스피스가 정착과정에서
사랑의 교회 박남규 목사님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바 있다”시며 반갑게 맞아 주셨고, 미국 내 호스피스의
현실과 자원봉사 실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또한 여러 관련 기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고맙게도 기관들 방
문에 동행까지 해 주셨다.
 
이번 미국의 호스피스 관련 기관들의 견학과 현지에서 접한 정보들을 토대로 미국 호스피스의 돌봄의 유형을 간
단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 호스피스의 특이한 점은 대상을 암환자로만 특정하지 않고 일반 환자도 말기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
우엔 호스피스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병원 호스피스
대개의 메디컬센터는 우리의 경우와 비슷하게 병원 내에서 말기환자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호스피스 프로그램
을 적용해 나간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호스피스와 더불어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종합병원 2곳을 방문하였다.
먼저 BERGEN REGIONAL MEDICAL CENTER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병원 내에 한인들의 정서에 맞는 ‘한국
요양원’(Korean Long term Care Center)을 병행하여 운영하면서 이국땅에서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어르신들
을 위로하고 한인사회 노인복지를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이 사업의 총괄 Director는 연변과기대 김호진 교
수님이셨고 고맙게도 우리들을 위하여 예정된 출국 날짜를 미루기까지 하면서 맞아 주셨다.
그 후 방문한 곳은 HOLY NAME MEDICAL CENTER 이었는데 그곳 역시 ‘한국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한인사
회 의료복지를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한인의사가 70-80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한
인들을 위해서는 한인 Superviser를 통하여 원스톱 진료를 돕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암 등의 건강검진
등을 무료로 실시해 주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후원금을 통하여 진료비 대납까지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사
업의 총괄 Director는 최경희 이사님이셨다.
김호진 교수님과 최경희 이사님을 뵈면서 존경심과 더불어 같은 민족으로써 가슴 뿌듯한 긍지를 느끼기도 하였
다.
 
호스피스 전문회사
호스피스는 취지가 그렇듯 봉사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 정서상 비즈니스 기반의 전문업체가 있다는 말
에 생소함을 느꼈다.
마침 LIFE CHOICE의 영적담당 정철헌 목사님을 만나서 사업 활동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는데, 회사는 호스피
스 전문 인력들을 확보하고 이 인력들은 가정(혹은 너싱홈), 병원의 신청에 따라서 환자들을 방문하게 된다고
하셨다. 귀국 후, 국내에서 만난 미국 호스피스 전문가 김수연 박사님은 “미국 전역에는 호스피스 전문회사 활
동이 매우 활발하며, 현재 너싱 홈의 상당수가 머지않아 호스피스 시설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
셨다. 우리나라도 완화의료법이 시행 된 후, 단계적으로는 호스피스의 중심이 home care로 이동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호스피스 전문병원
호스피스 전문병원 CALVARY HOSPITAL을 방문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 신청에
의하여 방문이 가능해졌는데 교육담당 DR. Robert A. Brescia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곳은 매우 선진화된 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얼마 전에도 중동과
일본 의료진들의 연수가 있었다고 하였다.
환자와 한 쌍의 젊은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결혼식장에 갈 수 없는 아버지를 위하여 병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진‘이라고 하였다. "호스피스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
기도 하였다. 병원의 역사와 활동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병원 내 시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차분한

호텔 같은 분위기로 병실은 모두 1인실이었으며, 간호사실을 중심으로 병실이 둥글게 배치된 것이 마치 로뎀나
무의 방사형 방 배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이는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고 건너편 환우를 보며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도록 배려한 구조라고 하니 “모든 것을 환자 중심에서 생각한다”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큰 규모의 시설도 출발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백여 년 전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말기환자를 돌보는 두 여인의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들은 의사들이 적극 동참하게 되었고, 후에 카톨릭이 교구
차원에서 참여하게 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니 “깨어 있는 몇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
였다.
병원의 복도에서 만난 간호사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는데 그들의 얼굴만 보아도 웬만한 고통은 사라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박사님은 “환자는 선물이다. 우리에게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
라는 말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였으며, 후에 나눈 메일을 통해 “한국에서의 여러분 사역에 관심이 있으며 지
속적인 교제를 기대한다”는 인사를 보내왔다. 이날 통역은 고맙게도 처조카 사위 문정업 선생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수고를 해 주었다.
 
그 외, 필그림 호스피스에서는 ‘교회와 호스피스’를 주제로 특강을 하게 됐었는데, 퇴근 후 피곤이 겹치는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경청해 주셨던 30여 봉사자들의 열정은 큰 감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 미국을 방문 중이던 조에스더숙 집사님(본회 30기)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공부
하고 있는 딸을 방문하셨다는데 귀한 음식으로 대접도 받고 강 건너 라과디아 공항이 보이는 울창한 숲속을 거
닐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쉽지만 각자의 일정이 있으니 귀국하여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비록 짧은 기간의 경험이었지만 역시 결론은 양(量)보다는 질(質)이었고,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
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