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적 동기(1)

나의 목회자로서의 출발은 일반목회였고, 가정 같은 교회였기에 새벽에는 한분 한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할 수

있었던 너무나 행복한 목회였다.

김OO 집사님은 정체감으로 힘들어 하던 개척목회 시절. 아픔에 함께 하신 잊을 수 없는 분으로서 천국에 가서

는 찾아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분이시다.

새벽에는 그 한분을 모시러 산본까지 차량 운행을 할 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셨고, 가끔 “이런 성도 5분

만 계시면 개척 목회도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도 하셨다.

하루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상담할 것이 있다고 하셨다. 자궁암이라는 것이었다. 충격을 받기는 나도 마찬가지

였다. 그때부터 나는 차량이 없던 그 가정의 기사가 되어 병원에 동행하는 일을 우선시 하였다.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은 최종 치유불가 선고를 받게 되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내가 한 일은 오직 치유 관련 말씀과 기도뿐이었다. 심지어는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도 “주여 나의 병든 몸을 지금 고쳐 주옵소서”를 목이 메도록 불렀으니까. 호스피스에 대

한 상식이 없던 당시의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목회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하나님 뜻과 인간 뜻’을 혼동한 것이었다. 생(生)에 집착하는 것은 인간 본능이고, 사명을 마

쳤을 때 안식과 보상의 나라로 부르시려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다. 나는 needs와 wants를 구별하지 못했던 것

이었다.

나는 워낙 신실하셨고 늘 소녀같이 수줍은 미소가 특징이던 그분의 천국 입성을 굳게 믿고 있다. 그렇지만 가시

는 길의 마지막 모습은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장례식을 정성껏 집례 해 드렸고 기족들로부

터는 정중히 인사도 받았다. 하지만 남는 것이 있었다. 찬란한 미래에 대한 좀 더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인생 숙

제를 해 놓은 사람처럼 사모하는 중에(고후 5:8) 평화로이 지내다가 가시도록 도와 드렸어야 했는데..

마지막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평안이다.

영적 존재인 인간은 근본적으로 영원(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의 삶은 이 땅에서만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의학적으로 터미널 과정으로 판정이 되었다면 일단 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돌보던 이들 가운

최근 들어 ‘전인치유’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인간이 겪는 전인적 고통을 전인적으로 즉 육체적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나아가서는 영적으로 까지 돌본다’는 의미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치료의학의 연장선상으로써의 치유행위는 경계해야 한다.

수년 전. 가깝게 지내던 호스피스 전문의로부터 “호스피스 진단자에게 대체요법을 포함한 통합적 접근으로 적극

언젠가 M 병원 원장님 조카의 가는 길에 함께 한 적이 있었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 온 앞날이 촉망되던 청년 장

교였다.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지만 이미 많이 깊어진 상태에서 만났기에 ‘호스피스적

접근’이 효과적이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다.

장례를 마친 후. 원장님은 “목사님. 입장이 이렇게 되고 보니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는 것이었다.

경외로운 생명이 세상을 떠나는 시간은 웃깃을 여밀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 앞에서 지나친 경제 논리나 언어적

유희는 곤란하다. 더구나 ‘아니면 말고..’식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우리는 매일 예배를 드린다. 그동안 혈루병 앓던 여인을 본문으로 한 설교는 해 본적이 없다(눅8:42~48). 아니

할 수가 없다. 재원 20일 정도 되는 분들 앞에서 그런 류의 설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

다. 설립 초기엔 심방 차 오신 목회자들이 주로 ‘치유 설교’를 하곤 하였다. 목회자의 입장을 이해는 하면서도 모

른 척 할 수는 없었다. 기다렸다가 사무실로 안내를 한 후, ‘이곳 현실을 알리고 실정에 맞는 위로를 부탁드리기

도 하였다. 얼마 전에도 “치유 포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목회자를 보았다.

호스피스의 목표는 길이(長)가 아니라 질(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