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말씀

* 쉼터 이야기

이제는 뉴스시간에 정치소식보다는 장마를 예보하는 날씨예보가 더 크게 들려옵니다. 다음주 부터 장마라고 하

는데...... 서둘러 물꼬라도 트기 위해 비봉으로 향했습니다.

풀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봉사자들이 한낮 땡볕에서 풀을 뽑은 것이 엊그제인데 밭에 풀은 벌써 무릎까지 차고

올라와 있었습니다.

나면 다시 1번 고랑에 풀이 언제 쁩았냐는 듯이 무성해져 있고...해서 풀뽑기는 다시 시작되고...초 여름은 완전

히 풀뽑기와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번뜩 ‘이미 나무가 심겨져 있는 상태에서라도 비닐을 씌우자’ 는 생각

이 떠올라서 작업에 돌입한지 몇일만에 그 넓은 묘목 밭에 비닐을 모두 씌웠습니다.

이제는 바라만 봐도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풀과의 전쟁에서 거의 승기를 잡은 듯 해서입니다. 차라리 제

초제를 치라고 하시는 동네어르신의 말씀이 있었지만 앞으로 우리 환우분들을 위한 완전 무공해 식사를 생각해

서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험삼아 심기워진 고추며 고구마며 호박의 잎새들은 벌써 풍작을 예

고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일일이 동네 어르신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난생 처음 시작된 농사일이 마을사람들과의 마음을 잇는 끈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숙제라면 호스피스 쉼터는 우리 모두가 거쳐가야 할 사

랑방 같은 곳이 되어야 하기에... 이와 같은 우리의 마음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요즈음 부쩍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듭니다.

평범한 주부에서 가난한 늦깍기 신학생의 아내로, 그리고 호스피스 목사의 아내로, 그리고 이제는 농사일까지

아내를 저의 소명의 파트너로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군요. 저는 이따금

씩 아내에게 이렇게 위로하곤 합니다.

"지금은 천방지축 아이같은 이 땅이지만 장차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그림이 완성될 때를 생각해 보자고..... 우리

는 비록 잊혀질 삶을 살고 있지만 이 땅은 영원히 남아 있어서 지칠대로 지친이들에게 ‘참 평안과 쉼’을 제공해

줄수 있도록 기초석을 우리가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쉼터 진행속도가 다소 더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이만큼이나 이루어진것도 기

적입니다. 무리하게 서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늘 경험해 왔드시 주님의 때를 기다리면 하나님의 계획은

반드시 이루어 지곤 했으니까요.

봉사자, 후원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

(비봉 쉼터에서 김승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