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또 우리들에게 허락되었습니다. 어제 보던 태양이지만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우리들 가슴에 더욱 뜨겁게 더 환하게 비추어지는 것은 우리들 의 눈이, 우리들의 가슴이 더욱 새로워지고 더욱 밝아지고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해선물로 이토록 좋은 것을 주셨다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주님께서는 해를 거듭하며 우리에게 새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새해는 저물어 가기만 하며 빈들과도 같은 세상으로 바꾸어져가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가매 열두 사도가 나아와 여짜오되 무리를 보내어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며 먹을 것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있는 여기는 빈들이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눅 9:12-13>     누가복음 9장에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상황이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가매’라고 했습니다. 밝은 태양이 사라지고 곧 어둠이 찾아올 것이라 했고 날이 저물어 간다고 했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우리가 살 아가는 삶의 터전이 날로 황폐해 가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세를 말해주고 있는 듯싶습니다. 자연도 파괴되 고 사람도 병들어 모든 생명이 이 땅에서 숨을 몰아쉬는 어둠의 세상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빈들’이라 하 였습니다. 우리의 마음과도 같아 보입니다. 우리의 영혼의 모습이 바로 이 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워도 채 워도 텅비어 있는 듯한 현대인의 마음과 영혼의 모습이 바로 빈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절망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며 먹을 것을 얻게 하자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 을 주라’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희가!’ 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찾아서, 또 나 자신이 더 나아지면 이라고 주님 앞에 현재의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내어 놓기를 꺼려할 때가 많았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나중으로 모든 것을 미루어 왔던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희’라 하셨고, “지금 이 자리”에서 곧바로 시행할 것을 명령하셨습 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또 다른 ‘새해’란 선물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물은 항상 우리 곁에 늘려있는 것이 아니라 귀 한 날을 위해 존재합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 우리 모습 그대로 우리 이웃에게 드려졌을 때 오병이어의 기적은 일어날 것입니다. 마음이 넉넉하시고 오래 참으시는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또 새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선물을 그냥 또 허비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날을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 선물은 사용되어져야 하겠습니다. 춥고 어두운 빈들과도 같은 우리 이웃과 우리자신을 위하여 하찮은 보리떡과 물고기 같은 우리이지만 온전히 주어졌을 때, 지체하지 않고 지금 주어졌을 때, 기적은 일어날 것입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기적을 일구어내는 주역이 됩시다. 물고기가 되고 보리떡이 되어 온 세상을 먹이고도 바구니 가득 기쁨을 남기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