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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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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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답
배O식(대장암. 전이. 74세)
 
밥맛을 없어 하심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견뎌 내시던 환우님은 어느 날 밤톨만치 잡히던 복부의 덩어리가 갑자
기 주먹만 하게 튀어 나왔습니다.
검사 결과를 보신 과장님은 “암이 그만큼 커진 것이며 압력으로 혈관이 터지면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
셨습니다.
입소 후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하시는 눈치 같았는데 막상 절망적인
결과를 통고 받고는 얼굴 안색이 변하셨습니다.
그날 급히 아들을 불러서 통장을 건네는 등 신변을 정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정도가 지나던 한 밤중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숨쉬기조차 어려워지기 시
작하였습니다. 급히 딸에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고 딸이 사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환우님
은 한 10일 정도 자녀들과 함께 계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소천 소식을 듣고 잠시 “그동안 드린 기도를 결국은 응답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들의 압력으로 강제적 황혼 이혼을 하신 환우 분은 가끔 그 말씀을 하실 때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
을 하곤 하셨습니다.
자녀들도 이곳에 오시기 전에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합니다.
10년 만에 이곳 아버지를 찾은 따님은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향한 이곳의 기도제목은 늘 가족 간의 화해였습니다. “서로 불쌍히 여기고 용서할 수 있는 기회
를 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해 드렸습니다. 본인도 그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하곤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비록 10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자녀들의 효도를 받고 떠나시도록 은
혜를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시는 동안에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응답을 확인하는 기쁨에 모든 것을 잊게
하셨습니다.
 
선 물
강O순(위암. 84세. 여)
 
할머니는 2남 2녀를 두신 다복하신 어르신이십니다.
자녀들은 틈틈이 방문하여 “어머니가 혼자 큰 농사를 지시며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였습니다.
오랜 농사일로 할머니는 손이 크셨습니다. 또한 따뜻하셨습니다. 손만 따뜻하신 것이 아니라 마음도 따뜻하셨습
니다.
자상하신 할머니는 침대에 누우셨어도 집안 살림을 다 살고 계십니다.
아침에는 “식사를 하셨냐. 강아지 밥은 주었냐?에서 시작하여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도 일일이 체크를 하십니다.
이제는 목사님도 아예 외출과 귀가 신고를 하고 다니십니다.
귀가 밝으신 할머니는 예배시에는 설교를 경청하시다가 몇 번씩이나 “아멘”을 하십니다. 우리는 할머니를 ‘아멘
할머니’로 부르고 있습니다.
새로 입소하신 분(유O례. 대장암)과는 비슷한 연배이신지라 친구처럼 농담도 잘하시며 ‘참새 할머니’라고 별명
도 지어 주셨습니다.
방문하는 자녀들로부터 “우리 엄마 예뻐졌다”는 말을 들을 때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평
안을 선물로 받으셨습니다.
 
미국. 프에르토리코 국립미술관에는 “젊은 여인의 젖을 빠는 노인”이 라는 명화가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상스
럽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숭고한 정신에 감동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욕 할 일이 아
닙니다. 중죄를 범하고 옥에 갇힌 아버지를 면회 간 딸이 피골이 상접한 아버지를 보다 못하여 마침 불려 진 젖
을 그 입에 물리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안호선의 “한사람을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봉사철학이 생각나게 하는 그림입니다.
우리는 정말 그림처럼, 그런 초월적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하여는 늘 한계를 느끼지만 지난 한해도 귀하게 쓰임 받았음에 그저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새해에는
또 어떤 분을 만나게 해 주실는지 설렘 속에 한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