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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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란 전도사
자원봉사자실 실장,
목양위원
이○수(담도암, 84세, 남)
 
환우 분은 작년 11월 5일에 입원하셨습니다.
다행히 통증이 없으셨고 말씀을 잘하셨습니다. 어느 날 담도 튜브가 빠져서 어려움을 겪으시기도 했지만 비교적
잘 지내셨습니다.
어느 날엔가는 상담할 때 메모해 두었던 날에 케이크와 꽃을 준비해서 축하를 해드렸습니다. 깜짝 놀라시며 딸
에게는 “왜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끼치느냐”고 하시면서도 고마워 하셨습니다.
 
올해는 눈이 참으로 많이 왔던 것 같았습니다.
환우님은 눈이 오는 날이면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산을 내다보면서 고향 생각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특별히 과장님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셨습니다.
“밭농사를 얼마나 하셨어요?”
“한 3~4천 평 했어요.”
“눈이 오면 비닐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눈을 쓸어주고…… 일이 많아요.”
“힘이 드셨겠어요.”
“……”
 
환우님은 315번째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으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입원하신지 얼마 안 되어서는 복음을 단호하게 거부하시면서 예배시간이 되면 외면하시거나 아예 이불을 덮고
계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뿐 아니라 가족들이 혹시 ‘예수님께 관심을 보일까’ 보아 단속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서
도 부인은 복음을 영접하게 되셨다는 점입니다. 부인의 영접 기도는 남편 몰래 빈방으로 들어가서 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계획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당사자 환우 분을 향하고 계셨습니다.
저희 봉사자들은 환우님의 반응에 대하여 전혀 개의치를 않았습니다. 알아도 모른 척하였습니다. 저희들의 할
일 즉, 목욕이며, 마사지며, 말없이 병상을 지켜 드리는 일에만 충실하였습니다. 그렇게 해 드리기를 아마도 한
달은 지난 것 같았을 때, 환우님으로부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무뚝뚝한 표정의 환우님은 어느 날엔가 부터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셨고 예배와 봉사자들을 통하여 부드
럽게 전해지는 복음에 대하여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결국은 환우분도 신앙을 고백하시고 많은 봉사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드디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할렐루야!
기념사진을 찍으실 때는 손으로 ‘V’자를 그리기까지 하시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신 기쁨을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그 후로 고난의 용광로를 통과하시는 동안에 환우님은 세상의 불순물을 다 제거하시고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2013년 1월 15일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말씀이 딱 들어맞은 경우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눈을 감고 계셔도, 이불을 덮고 계셔
도 질풍 같은 복음의 능력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정하시고 행하시는 부르심”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실무자로서의 섬긴 세월이 어언 만 8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수많은 분들을 뵈었고, 또 많은 분들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우님들이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평안을 누리면서 지내다가 부르심을 받
으시곤 하셨습니다.
환우님도 그 교과서적 사례라고 할만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흔히 인생을 비행기 운항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륙을 탄생이라면 착륙은 죽음입니다.
이륙은 너무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착륙은 더 중요합니다.
인생 착륙을 성공적으로 마치시는 환우님들을 뵐 때마다 저희들은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있습니
다.
그리고 남들이 쉽게 느끼지 못하는 보람을 느끼게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