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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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11.111111
허O건 (간암. 간경화. 당뇨. 54세)

 
껑충한 키에 핏기 없는 회색빛 얼굴… 초점을 잃은 듯한 황달색의 눈동자… 님은 첫눈에 보아도 완연한 병색의
모습이었습니다.

 
님은 10년 전에 이혼을 하였으며, 부인과 자녀들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국내에는 노모를 모신 형이 한분 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2번의 간암 수술을 받았는데 마지막 확인 검사에서는 여전히 종양이 남아 있는 것을 알았지만 별다른 대
책이 없기에 1년 이상을 방치한 채 배회하며 지내다가 저희를 만났습니다.
 
입소 다음 날로 메트로병원 종합검진을 하였던 바, 과장님은 다행히 암은 더 이상은 커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
다.
검진결과 직접 대상은 아니었으나 그의 처한 입장이 너무 딱하여 일단 단기보호(2개월)를 해 드리기로 하였습니
다.
 
님은 간암 외에도 B형 간염과 간경화와 신장이 많이 상하여 복수가 차올라 있었고 당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로인하여 저희 직원들은 서둘러서 B형간염 항체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항체가 없던 임연월 집사님은
급히 백신 접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님을 소개하신 직장 동료의 말로는 매우 유능했던 직장인이었으며 이렇게까지 폐인이 될 줄은 몰랐다고도 했습
니다.
본인의 말로도 2년 전까지 년봉 7,000만원이었으나 발병으로 인하여 퇴직을 하게 되었고, 그 후 사회 적응에 실
패를 하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몸 상태가 확인이 되면서부터는 희망을 갖는 듯 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산책 등… 몸 관리
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 처방받은 약을 착실히 복용함으로 복수도 조절이 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매일 드리는 예배에 빠르게 적응을 하면서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때 세례도
받았다는 님은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에 매우 기뻐했고, 저녁 예배를 마친 후에도 빈방에 들어가서 기도를
드리며 “왠지 모르게 눈물이 자꾸 난다”고도 했습니다.
한번은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강대상 근처에서 매우 강한 빛이 자신에게 비추는 것을 보았다고도 했습니다.
 
님은 그 사이에 입소할 때 신청해 놓은 생활보호대상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고 표정은 더욱 밝아졌습니다. 이젠
삶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외출하여 있을 거처도 마련한 그는 약정기간을 마치고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떠날 때는 이곳에서 사용하던 성경을 가져가며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극구 만류하는 저에게는 큰 절을 하였습니다.
반드시 재기하여 “당당한 명함을 가지고 찾아뵙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 다시는 주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시며 진정 새로운 삶을 살게 하소
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