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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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란 전도사
자원봉사자실 실장,
목양위원
최○철(간암, 43세, 남)
 
한창 젊은 나이의 환우님은 2008년 국립 암센터에서 간암 진단을 받으시고 수술과 항암치료, 색전술 등의 치료
를 받아 오셨는데 척추와 골반, 늑골까지 전이되어 작년 봄에 치료불가판정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은 통원치료를 하며 집에 계시다 2월 1일에 오셨습니다.
그동안에도 욕창이 너무 심해서 상한 피부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으시느라 5개월간 입원하셨다
고도 했습니다.
 
본원에 입원하신 후 어깨와 팔의 통증이 심해서 잠을 못 주무셨고 아직 치료기대를 갖고 계신 터라 매우 힘들어
하셨습니다. 불안감으로 긴장되어 늘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몇 차례 타병원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다녀오셨는데 오히려 기력이 떨어지고 증상이 심해져서 중단하였습니다.
 
환우님에게는 부인과 두 딸이 있고 종교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보호자와의 첫 대면에서 특별히 부탁을 한다면서 “종교얘기(전도)는 절대로 하지 말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서 “매일 예배시간이 있으니까 다른 분들을 위해서 그 시간엔 예배를 드리지 않더라도 양해를 해달라”고 말씀을
드리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현황판 환자 이름 옆에 ※ 전도하지 마세요 라고 써 놓았습니다.
 
섬기는 과정에서 젊은 환자들을 대할 때는 특히 안쓰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매일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당신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였습니다.
그리고는 “기도해드릴까요? 하고 묻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 달 반 쯤 지난 3월 11일 아침 예배를 마치고 라운딩을 할 때였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찬송가가 실장님 것과 틀려요…” 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너무 좋아 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아 그래요 내일은 제 것하고 똑같은 성경책을 드릴께요”
……
그때부터 현황판 그의 이름 옆에서 ※ 전도하지 마세요 라는 표시는 사라졌습니다.
환우님은 중학교 때 교회를 다녔다고 했습니다.
이후부터 환우분의 얼굴에서는 냉냉함과 그늘이 사라졌습니다. 볼 때마다 웃음을 띠고 자신의 부끄러운 일도 솔
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특별히 화요팀의 오인섭 집사님께서는 형이 되어 주셨습니다. 모든 봉사자들도 신이
나서 오전 오후로 막대기처럼 마르고 굳어버린 다리와 발을 마사지를 해드리며 사랑을 드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가정적으로 특히 부부간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이어지고 있었습니
다. 가끔 심하게 다투기도 하였고, 그때마다 냉냉하고 서먹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 왜곡된 가정의 모습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에 걸려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님은 예배를 사모하고 있었고 예배 후에는 평온한 모습을 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예배가
유일한 낙이 아니어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더 해지고 힘들어 하셨지만 감사하게도 소천하시기까지 의식이 명료하셔서 예배를 잘 드
렸습니다.
환우분은 입원한지 3개월 만에 5월 2일 아침 조용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소천하신 후의 모습을 뵈었을 때 그 평안한 모습은 지금까지도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평안한 모습이셨습니다.
 
문득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시27:10)는 말씀이 떠 올랏습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하나님께서는 다 용서하시고 받아주셨다는 확신을 갖게 하셨습니다. 비록 주변 여건 상 세례의 기회는
주어지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주님을 영접하신 것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감사해서 눈물이 주책스러울 정
도로 나와 얼른 가족의 등을 쓸어드리며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죽음 앞에서의 평안…"은 모든 환우분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또한 모든 호스피스들의 간절한 바람이며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희는 바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님과의 만남은 ‘하나님께서는 택한 백성을 결단코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