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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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강도사
행정관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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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님 (68세, 전립선 암, 남)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집으로 퇴원하신 신○규님을 가정호스피스로 전환하기까지는 6개월의 시
간이 걸렸습니다. 집으로의 방문을 꺼려했던 아내분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꽃 피는 봄이었던 2012년 5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가지고 집으로 첫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걱
정과는 달리 신○규님의 표정은 참 밝아 보였고, 아내분의 내조덕분에 평안하게 지내고 계셨습니다. 예배를 드
리고, 봉사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찾아뵙던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더니, 여름을 보내고 오라는 아내분의
짤막한 말 한마디로 만남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속상했습니다. 저의 마음도 몰라주고,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상
처가 되어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듯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됐고, 수줍은 듯 아내분이 찾아와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량지원을 부탁하셨습니다.
휠체어까지 준비하여 병원으로 모시고와서 진료를 받는 동안 자리를 지켜드리며 도움을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들의 진심을 알아주셨는지, 마음을 여시고 그동안의 상황과 속마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거동이 불가능한 남편의 간호에 지쳐가고 있던 시점에서 행여나 저희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지 않을까 배려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미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쉽게 판단하고, 포기해버렸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마치 오랫동안 떨어졌다 만나는 가족처럼, 방문을 하면 참으로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남편의
간호, 상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근간에 있었던 일들, 더 나아가 두 분의 살아오신 이야기 등 그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수고해주신 화요A팀원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를 드립
니다.
신○규님과 의형제처럼 좋은 관계를 맺은 이용봉 장로님, 오인섭 집사님,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강정자, 김공
선 집사님,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신 김상미, 김정자 집사님의 섬김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사랑을 전할 수 있었습
니다.
가을이 깊어질 때쯤, 내년 봄에 꽃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했지만,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었고, 평소에 바라시던 대
로 가정에서 조용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추운 날씨에 언제 봄이 올려나 했는데, 어느 덧 “꽃피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얀 벚꽃도,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는 졌지만, 아직도 많은 꽃망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꽃망
울들 하나하나에 안호선의 섬김이 맺히면, 언젠가 모든 이들에게 진한 향기를 품기는 아름다운 꽃이 될 것을 기
대해봅니다.
 
마지막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에덴동산으로 봄 소풍을 떠나 세상에서 본
적도 없을 가장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행복해하고 있을 신○규님을 생각하니 조용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