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선장이 이끄는 참치 원양 어선 ‘광명 87호’는 1년 동안의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1985년 11월 14일 오후 5시경 남중국해를 지날 무렵 전재용 선장은 SOS를 외치는 조그만 난파선을 발견한다.

그들은 ‘베트남 보트 피플’이었다.

‘보트 피플’이란 월남의 패망으로 공산화가 된 베트남에서 보트로 탈출한 난민들을 일컫는 말로 인접국의 입국

거부와 강제 송환 등 당시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다.

파도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한 작은 보트 안에서 사흘을 굶은 채로 엉겨 붙어 있었던 96명의 베트남인. ‘모든

보트피플의 대표, ‘피터누엔’이 평생 잊지 못하는 전재용 선장과 보낸 열흘.

우선 여성과 아이들에게 선원들의 침실을 내주고, 노인과 환자는 선장실로 모셔와 치료하고, 선원 25명의 열흘

식량과 생수로 96명의 베트남인과 나눠 먹고, 식량이 떨어지자 선장은 보트피플을 필사적으로 안심시켰다.

“우리가 잡은 참치가 많으니 안심하세요.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피터누엔이 가족 생각에 슬퍼할 때마다 전 선장은 극진히 그를 위로했다.

드디어 부산항에 도착한 이들은 난민보호소에서 1년 반을 지낸다.

그 후 전 선장의 기억만 간직한 채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가 된 피터누엔.

미국으로 건너온 가족과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무렵, 그는 평생의 은인 전 선장을 찾기 시작한다. 무려 17년 동

안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게 된 전재용 선장.

전 선장의 첫 답장을 받은 감격의 순간, 그러나 편지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부산항에 도착한 즉시 전

선장은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으며, 난민 구출 이유로 당국에 불려가 초사까지 받았던 것이다.

2004년 8월 8일, LA 공항. 19년 만에 이루어진 극적인 만남.

“사랑합니다. 미국으로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19년 만이네요. 19년.”

베트남 난민들이 직접 UN 난센상에 전 선장을 추천하자, 전 선장은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이들을 구했었을

[KBS 스페셜. ‘어떤 인연, 전선장과 96인의 난민들’]

거대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위대한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참 생명의 주님을 전하는 전도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