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폐암, 69세, 남)

환우분은 목에 통증이 있어서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4년 12월 8일 백병원에서 폐암말기(뇌, 척추전이)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권유받았지만 거절하시고 본원 흉부외과에서 보존적 치료를 해오시다가 12월 29일에

호스피스로 전과해 오셨습니다.

해를 넘기고 1월 초엔 소변보시기를 힘들어 하시고, 변비도 있으셨습니다. 또한 가래도 많아지고 물도 삼키기

힘들어 하셨고, 불안감은 여전하시고 사람들이 다가가면 놀래곤 하셨습니다.

환우분은 종교가 없으셨는데 예배를 드리고 라운딩을 하면서 기도를 해드리면 손을 꽉 잡으시고 좋아하셨습니

다. 그래서 봉사자님들께 매일 조금씩 말씀을 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함께 매일 릴레이식으로 복음을 전했습

니다. 며칠 만에 영접기도를 하시고 “세례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월 12일(월)에 세례를 받기로 약속

을 했습니다.

그런데 1월 10일(토)에 오후 팀장이신 정여해 권사님께서 병실에 들어갔다가 오시더니 “실장님! 세례를 안받으

시겠다고 하십니다.” 라시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확인하려고 달려갔습니다. 가보니까 그 부인께서 화를 내시

며 “왜 환자를 괴롭히느냐? 필요 없다.”시며 강하게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러자 환자분이 화를 내시며 “내 일이

고 내가 하겠다는데 왜 말리느냐?”시며 결코 구원을 빼앗길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말씀하셨고 부인께서는 아무

말씀도 못하시며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세례식은 가족 없이 외롭게 치루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10년을 근무하면서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 가족들이 반대하면 그대로 포기하시는데 유순하게만

보이시는 분인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셨는지…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다음 월요일 10시 30분 예배시간에, 봉사자들과 간병사님들의 축하 속에 그렇게도 사모하시던 세례를 받

으시고 공식적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셨습니다.

회한과 안도의 눈물일까요? 그렇게 많이 우실 수 가 없었습니다.

이후부터 환우분의 표정은 한층 밝아지시고 말씀도 잘하시고 긍정적이셨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화장실도 출입

하셨습니다. 늘 감사하셨습니다.

그렇지만 1월 하순부터 오른쪽 어깨통증 심하시고 앓는 소리를 하시고 밤이면 혼잣말을 많이 하시고는 아침엔

기억을 못하셨습니다. 악몽을 꾸시기도 하시는 것 같았으나 비교적 편안해 보이셨습니다. 봉사자들과 이야기 하

는 것을 좋아 하셨습니다. 특별히 아들과 함께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아들과 하께 가족사진을 찍어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병원 뒷산엔 나무들이 벌써부터 추위로 시려운 발등을 덮었던 낙엽을 털어내고 연두빛의 발톱들을 드러내고 있

습니다. 환우분도 정신이 가끔씩 혼미하시고 많이 아파하시더니 아픈 몸을 벗어버리고 봄이 시작되는 3월 2일

새벽에 서둘러 천국을 향해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