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자 일지 *

 제가 안호선 봉사를 처음 가게 된 때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간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인분의 소개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죽음을 앞두신 말기 암 환자분들이 계시는 병동이라는 말에 학생으로서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과연 내가 이곳에서 별 탈 없이 봉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호스피스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 지식이나 준비 없이 무작정 가게 된 봉사라 긴장이 되기도 하고 막연했습니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해야만 봉사는 아니다. 처음인 만큼 이곳에 왔고,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 자체도 봉사가 될 수 있다.”라는 한 봉사자분의 말씀을 듣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또한 고등학생이 봉사활동을 선뜻 하기 쉽지 않은데 거기에다 호스피스병동 봉사를 꾸준히 하는 저에게 많은 봉사자분들과 목사님들께서 칭찬해주시고 대견해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입학하고도 병동에 찾아와 봉사를 하는 지금도 여러 분들께 많은 격려와 좋은 말씀을 들으며 봉사의 참된 의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연세가 많으신 환자는 물론, 저의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의 환자 그리고 저와 비슷한 또래의 환자 등 여러 환우들을 보았습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환우는 뇌암으로 입원한 남학생이었습니다. 한창 공부하며 친구들과 뛰어 놀 나이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충격이 컸습니다. 또 환우 분 중 퇴원을 하셨다가 재입원 하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와 동갑이셨던 만큼 다시 회복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고 엄마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도움을 드리고자 갔던 봉사에서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얻고 온다는 생각도 든 적이 많습니다. 환우 분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보고 있으면 힘든 상황이지만 내색 한 번 없으신 채 묵묵히 역경을 헤쳐 나가시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이 건강하고, 하고 싶은 것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다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또한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불만을 표시했던 저의 모습을 반성하고는 했습니다.

봉사를 하다보면 간혹 환자분께서 저에게 무언가를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발음이 확실하신 분들의 말씀은 잘 이해하고 대답을 해드리는데 몸이 많이 좋지 않으셔서 어눌한 말씀을 하실 때에는 잘 알아듣지 못해 바로 반응을 해드리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럴 때마다 환자분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안호선에서 활동한지 2년이 넘은 지금은 저에게 있어 봉사의 의미가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계속 봉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저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뿌듯함과 여러 사소한 일에 대한 감사함에 있습니다. 병동에 가면 주로 환우 분들의 발을 마사지 해 드립니다. 행여나 제가 잘못하여 아프실까봐 조심해서 마사지를 해 드리는데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마사지를 받으신 후에 늘 시원하다고 좋아하시며 웃어주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봉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오랫동안 봉사를 해 오신 다른 봉사자분들에 비해 한 없이 부족하여 오히려 환우 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열심히 옆에서 배우고 여쭤보며 봉사에 임했습니다. 봉사를 갈 때면 가끔씩 김승주 목사님께서 “이제 고참이야 고참.”이라고 하시며 다른 어린 학생들에게 해야 할 일을 일러주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부족한 저를 믿어주시고 임무를 맡겨주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물론 지금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만큼 환우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만약 호스피스 병동 봉사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주말을 별 의미 없이 지냈을 것이고 제가 생활하면서 하게 되는 행동들과 경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조차도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항상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비록 지금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공부를 마치고 간호사가 된다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간호하고 그들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밝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혹시라도 봉사함에 있어 오히려 부담을 줄까봐 머뭇거리는 분들이 계시다면 고민하시지 말고 조금의 힘들이 모아져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셔서 봉사의 보람과 기쁨을 가져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