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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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출몰.

그때 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메르스도 신종플루도 모두 경험했던 터라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급속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여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고, 그것은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병원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특히 호스피스 병동에는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원봉사자의 병원출입이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늘 계셔 주셔서 미처 알지 못했던 그분들의 소중함과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되었다.

 

환자들이 발부종이 심해서 힘들어 하셔도 발마사지를 해 드릴 수 없고 목욕을 하시고 싶어 하는 환자분들께도 예전처럼 자주 목욕을 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환자들의 발이 너무 부어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함께 봉사자님들이 발마사지 하는 것을 어깨 넘어 본 것을 기억하며 환자의 발을 마사지 해드렸다.

 

한분 해드리고 나니 다른 분이 또 원하셨다.

한 병실에 환자분들을 돌아가며 해드리고 나니 힘이 쭉 빠지면서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동안 봉사자님들이 얼마나 많이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셨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늘 웃는 얼굴로 힘든 기색 없이 환자들의 발을 마사지 하며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시던 봉사자님들.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해주시는 봉사자들님이 보이지 않고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주시던 봉사자님들이 계시지 않으니 호스피스병동이 허전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요즘 호스피스 병동을 보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앙꼬 없는 찐빵

이 말이 지금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우리 병동을 대변해 주는 말인 듯하다.

봉사자님들이 계시지 않는 호스피스 병동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지나가서 앙꼬가 가득한 찐빵이 되는 호스피스 병동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