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선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 덧 8년째입니다.
막연했던 간호사의 꿈이 확신이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간호사라는 꿈을 가지고 연관된 봉사를 찾던 중, 지인 분의 소개로 안호선을 알게 되었고 어느 여름 날 메트로병원으로 찾아가 처음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호스피스라는 단어의 의미만 알고 무작정 갔던 봉사에 긴장도 되었고 어떤 분위기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계셨던 여러 봉사자분들과 함께 목사님의 설교, 성경말씀을 통해 예배를 드린 후 발마사지 및 목욕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발마사지가 서툴기도 했고 여러 환우분들께 해드리다 보니 힘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3시간의 봉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지금까지 해봤던 봉사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기 바빴던 지난 날들과는 달리 정말 봉사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저의 손길이 닿았던 시간들로 인해 집에 가는 동안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 토요일 오전 봉사팀의 일원이 되어 최대한 주기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주로 말기암 환우 분들께서 계시는 병동이다 보니 조심스러웠던 탓에 처음에는 말없이 발마사지만 해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봉사활동에 적응을 하다 보니 점차 말동무도 해드리고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며 봉사에 임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봉사를 가는 토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했고 일주일 중 제일 보람찬 하루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봉사를 꾸준히 하는 저에게 많은 봉사자분들과 두 분의 목사님께서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심을 들으며 환우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안호선을 통한 뚜렷한 목표 덕분에 열심히 노력하여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고 마침내 간호사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졸업을 한 후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분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의 힘듦과 아픔 그리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일은 힘들었지만 봉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느낌과 생각들을 다시금 새기며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더 친절하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간호사가 되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안호선에서 배운 점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의 직업과 관련된 면에서는 환자들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우선순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재학 중 실습을 다니면서는 간호사선생님을 따라가도 행여나 누가 될까 멀리서 환자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보니 간호사가 되어서도 환자분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지, 그분들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호선에서의 꾸준한 봉사를 통해 환자들과 대화하고 대면했던 경험들로 인해 제 걱정과는 다르게 보다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저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면서도 생각만으로는 두렵기만 한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살아감에 있어서 하루하루를 더 알차고 소중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뜻깊은 배움은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헌신하시는 봉사자분들과 의료진분들을 보고 저도 꼭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일 제가 호스피스 병동 봉사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간호사가 된 지금 저의 모습에도 확신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취업 후에도 꾸준한 봉사를 이어가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중단이 된 요즘입니다. ‘금방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던 이 상황이 어느 덧 1년이 넘어가다보니 봉사자분들의 손길이 필요할 호스피스 병동의 환우분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많은 봉사자들께서 “나는 한 사람의 영혼을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라는 안호선의 봉사철학을 가지고 봉사에 임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자들께서도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하루빨리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저 또한 제 위치에서 저의 일에 성실히 임하고 훗날 저의 최종목표인 호스피스 병동간호사가 되어 봉사를 넘어 정말 환자들을 위해 간호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간호사가 되어 호스피스에 대해 더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안호선과의 인연이 꾸준히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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