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집사
제6기 회장 - 가정 화요일 팀
 
이렇게 귀한 교육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아쉬움과 다행스러움의 교차됨 속에서 교육을 마쳤다. 그리고 하
루하루의 삶에 너무 감사함을 드리며 소명감을 갖고 오늘도 호스피스 사무실을 찾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너희도 서로 발을 씻겨 주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회원 모두가 발을
씻기는 자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봉사가 지속하게 되길 빌어본다.
 
1월 24일
오늘 방문할 가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간사님으로부터 들은 후 팀장님의 인도하에 찾아 간 곳은 산본10단지
유○○님 집이다. 그는 날 때부터 지체장애자였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그는 위암 말기이다. 태어나자마자 버려
진 불쌍한 고아이고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친구의 병수발 드는 청년 역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한다. 성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수발을
그는 자연스럽게 감당해 내고 있었다. 그날 우린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미음도 차도 손수 다 끊여주고 있다.
그러나 환우는 미음은 조금씩 먹지만 다시 다 토해 버린다. 때때로 몹시 괴로운 통증을 느끼곤 한다.
우리는 우선 간단한 예배를 드렸다. 사람을 그리워했었나 보다. 오랜만에 방문객을 맞게 된 것이 너무 고마운
모양이다. 우선 머리를 감겨 달라고 한다. 머리뿐 아니라 등, 허리부분도 타올로 닦아주었다. 많은 위로를 하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삼일 후 그는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메트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오게 되었고 온지 삼일만
에 사모하던 천국으로 떠나고 말았다.
이제는 눈물도 외로움도 없는 곳에서 눅16장의 나사로처럼, 하나님 품에 안식하며 안겨있을 것을 생각하며 특
히, '이 땅에서 고통이 컸던 것만큼 하늘의 위로도 크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가져본다.
 
2월 4일
아직 정초여서인지 바깥 날씨는 매우 추운 날씨다. 오늘 우리 팀이 방문한 곳은 호계동에 살고 계신 고○○
(56세, 식도암)님이시다. 부인은 모교회 전도사님이시며 큰아드님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딸이 아버님 병
수발을 하고 있었다. 일산에 있는 암센터에서 오래 계시다가 이젠 포기상태에서 퇴원해 계셨다고 한다.
식도암이라 일체 먹지는 못하였고 영양주사에 의존하며 겨우 생명만 붙어 있었다. 우선 팀장님 주관으로 간단
한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비는 기도를 드렸다. 환우는 많은 위로를 받는 듯해 보였고 평안
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분의 얼굴을 뵈니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고 몸은 뼈 위에 가죽만 덮여 있는 것처럼 너무 야위어 불쌍해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었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면도해 드릴까요? 하니 그렇게 해 달라 하신다. 너무 말라서인지 수
염이 잘 깎여지지 않았다. 몸도 닦아드리고 보니 엉치부분에 욕창이 생길려고 벌겋게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닦으니 너무 좋으시다고 하시며 어색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신다. 너무 힘이 드시면 우리 호스피
스병동으로 오시면 어떻겠느냐고 하니 가족과 같이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하셨다. 우리가 다녀온 후 며
칠 후 가족으로부터 고○○님이 그만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쯤 고통도 괴로움도 없는 천국에서 편안하게 계시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진작 이 분을 알았다면 좀더 많
은 도움을 드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3월 18일
이젠 완연한 봄기운이 난다. 유난히 오늘은 햇빛도 따사로운 오후이다. 전도사님을 팀으로 우리가 방문한 곳은
안양 비산동에 사시는 87세로 위암말기 환우이신 정○○님이시다.
할아버지는 병세가 심하시면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좀 덜하시면 집에 계신다고 하신다. 다행이 심한 통증은 없
었으나 간간이 괴롭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국물 있는 음식, 미음, 음료를 조금씩 들고 계신다.
자식은 여럿이 있지만 둘째아들이 혼자되어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다. 할머니는 계시지만 치매가 있어 밖에 나
가셔도 집도 잘 찾아오지 못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전도사님 인도로 찬양과 예배로 위로해 드렸다.
노인부부, 그것도 두분 다 환자이다.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는 이들에게 우리는 정말이지 많은 위로가 되는 듯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드리다가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으니 훨체어로 바람 쏘이러 나가자고 하니 조
금만 더 따뜻해지면 가겠다고 사양하신다. 다음주에 뵙기로 약속하고 일어섰다.
할머니는 "고마워요" 하시며 우신다. "감사해요" 하며 배웅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사하며 다음 주에는
더욱 따뜻한 날씨가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왔다.
 
3월 21일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호스피스 사무실을 올라오는데 병원 앞 언덕의 많은 진달래가 곧 꽃망울을 터트리려
고 준비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방문한 곳은 비산동 임곡마을 콘테이너집에 사시는 조○○(66세, 위암 말기)님이시다. 님은 비산
동 사회복지 담당으로부터 소개받은 환우였다.
작년에 병원에서 수술도중 너무 많은 암덩어리가 있어 수술은 중단하고 다시 퇴원하여 약을 타다가 복용하고
계신 분이시다. 음식도 조금씩은 드신다고 하신다.
구슬같이 크고 작은 포도알갱이 같은 것이 턱밑, 목, 손 등으로 퍼져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몸 속 구석구석에
도 퍼져있는 듯 하다.
처자식도 없고 홀로 계신 매우 불쌍한 분이셨다. 친척이라곤 먼 곳에 한분 뿐 남의 도움을 받으며 근근히 살아
오셨다고 한다. 우리는 간단한 예배를 드리고 나서 빨래부터 시작하여 구석구석 청소를 해 드렸다. 님은 너무나
좋다시며 마치 어린아이같이 기뻐하신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느낌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저렇게 힘겹게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어 드린 후 다음주 다시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리고 그 집을 나왔다.
 
지금 내 나이는 60대 중반의 손주 손녀도 넷씩이나 되는 적지 않은 나이이다. 남들은 이 나이쯤 되면 뒷전으로
물러앉을 수밖에 없는 나이이다. 그것이 사람들을 더욱 빠르게 늙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한 주간은
너무너무 바쁘다. 교회의 공식 예배와 활동, 그리고 호스피스 봉사... 이것이 나를 젊게 만들고 있다. 이 나이에
도 천사가 흠모할 만한 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