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윤 집사
제 7기 - 병동 월요 B팀장
 
저의 나이는 올해로 72세입니다. 별로 하는 일없이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하면서 왔다 갔다만 반복하는 저는
사랑하는 우리 회원님들이 주님 안에서 사랑으로 환우님들을 섬기는 것을 보면 항상 부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8년, 나의 참 좋으신 고모님은 유방암 수술을 하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오시
면 유난히도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시곤 하셨습니다.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호스피스 봉사자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세상에 참 보람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며 "하나님 저도 제게 맡겨진 일 마치면 호스피스 봉사하면 좋겠네요" 하며 작은 소원으로 혼자 중얼대듯 말
씀을 드렸습니다. 그 후로는 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기억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과
천에서 살 때였는데 경기도 어른신 자원봉사자 교육이 있으니 참가하라는 권고를 받고는 안양시 자원봉사자센
터를 찾았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호스피스교육이라는 글씨가 내 눈에 크게 들어와 깜짝 놀랐고 만감이 교차되면서 마음속 깊은
데서부터 감격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우리의 작은 한숨까지도 기억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나의 십여 년 전에 혼자 중얼대는 소리를 들으셨구나 생각
하니 죄스러움과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얼마나 고맙든지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계속했습니다.
 
김승주 목사님이 오셔서 강의하시는데 가슴이 콩당콩당 큰 죄 지은 것 같은 놀램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
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김목사님을 뵈었더니 이 교육이 끝나면 곧 안호선 7기 전문봉사자교육이 있다고 하셔서 망설임
없이 즉시 등록을 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후 이천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월요일마다 봉사를 한다고 먼길을
다니고 있지만 나이 먹은 권사라고 힘든 일은 우리 회원님들이 다 하시니 많이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환우님 가운데는 때때로 나이 많은 사람이 편한지 면담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 아
~ 나도 필요할 때도 있구나" 생각하며 자위도 해봅니다.
젊은 환우 이(44세, 여)는 간병인도 있는지라 특별히 돌봐줄 일은 없고 해서 인사하고 같이 기도하고 찬양
으로 함께 은혜 나누며 지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나 권사님과 이야기 좀 하고 싶어요" 하는 것이었
습니다. 그러자며 옆에 앉았더니 "처녀 때 아이를 낳고 집에서 쫓겨 나와 어린애를 누구(남)한테 주었는데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주소도 알아요. 학교로 찾아가서 먼발치에서 보고 몰래몰래 대학생이 되기까지 보아왔는
데 이제는 꼼짝 못하고 누워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아무도 모
르게 데려와 줄 수는 있겠지만 한번 잘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보고 눈을 감을 수 있겠지만 아
이를 생각해보자고 했더니 눈을 꼬옥 감고 한참을 있더군요. "지금은 부모를 생부모인 줄 알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네 생모다.' 하면 놀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괴로워 할 아이의 앞날
은 어떨까요" 라고 했더니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울면서 "권사님 고맙습니다." 하며 제 권고를 수용하는 것이
었습니다.
그 동안 "이 문제를 내려놓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권사님 말씀 들으니 제가 잘못 생각
했습니다. 아이 생각은 안하고 제 생각만으로 그 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잊겠습니다." 는 것이었
습니다. 그래서 둘이는 같이 울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 이 세상에 있는 동안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하면서 기도하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시신기증 서약도 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토록 나이 먹은 사람에게도
할 일을 주시는 구나"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벅찬 감격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성도로써 하루하루의 삶이 모
두 감사의 연속이지만 특히 저는 제가 사랑해야 할 환우들이 있기에 더욱 감사하며 매주 월요일을 기다리는 마
음으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