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애
집사
제 4기 자원봉사자
지난 30년의 나의 신앙생활은 특별한 감격도 감사도 없이 습관적으로 다녔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하나의 종교
생활이었습니다. 삶의 변화도 없고 성장도 없는 내 자신 앞에서 신앙 생활의 회의까지도 느껴지던 어느 해 가정
적으로도 기도하지 않으면 안될 일도 생겼고 해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30년을 넘게 교회를 다녔건만 나의 기도는 아주 초보적이었습니다.
"하나님 진짜 살아계신지요? 진짜 살아계시다면 나를 만나주세요? 하나님 앞에 난 어떤 존재인가요? 알게 해
"
주세요? 깨닫게 해 주세요?"
그러나 기도하던 중 사모하는 영혼을 만족케 하시는 하나님, 나의 아버지께서는 여러 모양으로 확신을 주셨고
나의 기도 내용도 바뀌기 시작했으며 가치관도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주님! 지금까지는 내가 내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왔지만 이젠 주님을 위해 나도 무언가 하면서 살기를 원합니
"
다. 주님! 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으시겠어요? 나의 남은 삶을 나의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요?"
기도하던 중 평소에 생각해 본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던 호스피스를 소
개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이 하게 하신다면...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라면 하겠습니다.
라고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기생 후보들이 교육중이랍니다.
나 이제 주안에 새 생명 얻은 몸...찬양하며, 왜 진작 못 믿었을까. 왜 진작 몰랐을까.. 하며 함께 눈물 흘리고 서
로 닦아주는... 호스피스 병동의 세례식, 과연 어디에서 이렇게 감격스러운 세례식을 볼 수 있을까? 산천도 초
목도 새것이 되는 하나님 잔칫날... 이렇게 소중한 만남 가운데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십니다.
故 김
님, "너무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지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보려고 노끈을 찾아 들고 동네 공원 뒷산
으로 올라갔었지요. 그런데 한 동네 꼬마녀석이 나보고 아줌마! 어디가요? 하며 따라오는 바람에 그냥 돌아왔
어요, 죽는 것도 내 맘대로 안되더군요" 하며 목이 메이셨던 아주머니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왔더니 너무 너
무 좋아요. 이런 곳도 있었네요. 난 어느 때 여기가 천국인가 착각할 때가 있어요." 하며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
셨습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감사해요.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것이 최고의 표현인가 봅니다.)
아픔보다 더 힘든 게 외로움이라고 하시던 윤
할머니, 주무시듯 누워 계신 할머니 손잡고 "내가 연약할수
록 더욱 귀히 여기사.." 411장 찬송을 부르니 그 혀끝이 따라 움직이셨습니다. 눈꺼풀조차 무거우신지 힘없는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아무런 말없이 내 머리부터 얼굴까지 그 거친 손으로 쓰다듬어 주십니다. 무언
의 그 손길에 할머니의 모든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윤할머니를 위해 기도하는데 어제의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웬지 그 손길이 예수님의 손길 같이 느껴지던지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런 모
습들이 분주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이곳 호스피스 선교회로 나를 이끌고 있나봅니다.
남들은 자원봉사, 좋은 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어쩌면 자원봉사란 단어가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지고 이곳은 나
를 십자가 앞으로 이끌고 그 앞에 무릎 꿇게 하는 영성훈련장이라 생각합니다. 선을 알지도, 행할 줄도 몰랐던
이기적인 내가 진실로 뜨거운 가슴으로 때론 함께 눈물 흘리며 행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렇게 나는 다듬고 만들
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지만 이것처럼 귀한 일이 또 있을까... 행복을 추구하며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고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면서도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던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나도 동역자로 사용해 주시는 안양호스피스 선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