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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정 금 집사
1본회 12기. 가정봉사자
 
할렐루야!
삶의 주인 되신 살아계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간호가 저에게 주신 가장 큰 달란트라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자연스럽게 호스피스봉사를 생각하게 되었고 우연
한 계기로 교육을 받게 되어 미약하나마 병원과 가정을 오가며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한지 3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누구를 도와드렸다기 보다는 내가 은혜를 받고 도리어 감사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올해도 가을 들녘에 피어있는 들국화와 코스모스 같은 두 분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이사 가시는데 길동무가 되
어 드렸습니다.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살아오신 두 분을 돌보아 드리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가여워서 울었고, 한편으로는 견
딜 수 없는 통증에 몸부림치시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아픔을 대신할 수 없어서 울었습니다. 가정이란 병원과 달라
서 갑자기 통증이 몰려오면 온몸으로 당해야 하기에 봉사자로서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없어서 아팠고 지켜보는
사실만으로도 힘에 겨웠습니다.
 
들국화 같았던 할머니
 
미소가 곱던 천사 같은 할머니를 만난것은 2005년 12월초순경. 노인요양원에서 였습니다. 그곳 시설은 초현대식
으로 완비되어서 제가 도와 드릴 것은 별로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냥 두 손을 잡아 드리고, 눈을 마주 보며 할머
니의 하시는 말씀을 들어 주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할머님은 갈 때마다 반겨 주셨습니다.
힘들고 고달팠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가슴으로 아파하시던 할머니,
보고픈 자녀들이 그리워도 한마디 보고 싶다는 말씀도 못하시던 할머니,
돌덩이 같은 암덩어리가 위를 짓눌러 먹을 수도 없었고. 변비가 너무 심해서 밤새도록 화장실에 들락거려도 혹
여 요양원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두렵다면서 하소연 한 번도 제대로 못하신 할머니…,
점점 복수가 차올라 배가 불러오고 변이 나오지 않아서 숨까지 차면서도 병원비 걱정에 차마 입원할 수도 없다
던 할머니… 저는 지금 그때를 회상만 해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한 주 한 주 초쵀하게 변해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천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를 해드리곤 했습니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두고 온 산속 집에 그리도 가고 싶어 하시던 할머니는 4월이 채 되기도 전에 사모하시던 영
원한 주님의 집으로 떠나 가셨습니다.
 
코스모스 같았던 할머니
 
10년의 투병생활이라는데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인지 감격 했답니다.
큰딸의 그 헌신!
결혼마저 포기하고 어머니를 낫게 해 드리기 위해서 온 정성을 다해 간호하며 세상에 좋다는 것은 다 해드리려
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 저절로 머리가 숙여 졌습니다.
처음에는 욕실로 옮겨 전신목욕을 해드렸지만 변기에 앉아 있으면 어지럽고 둔부에 욕창이 심해 침상목욕으로
대신 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목욕만 하시면 얼굴이 뽀얗게 피어나고 곤히 주무시는 그 모습이 어찌나 고우신지
꼭 코스모스를 연상케 했습니다.
 
얼마나 자녀들의 간호가 정성스러운지 방문할 때 마다 할머니 몸에는 이상한 것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은 맥박 뛰는 곳마다 10원짜리 동전이 붙어 있고 또 어느 날은 주방에서 쓰는 호일이 둔부 욕창부위에 겹겹이 붙
어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큰따님이 밤새도록 인터넷을 검색하여 얻은 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해 드린다고 했습니다. 욕창이 심하
다고 공기 침대며, 좋은 생약 다려 드린다고 새로 사 온 약탕기, 창고에 가득 찬 성인용 기저귀들, 할머니에게 필
요한 용품이라면 무엇이든지 사가지고 들어오는 자녀들을 볼 때 할머니의 살아온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러시던 할머니는 9월 중순경 참으로 평온하게 주님나라로 떠나 가셨습니다.
 
천상병님의 시(詩)에서 처럼 이 세상에 잠시 소풍 왔다가 본향으로 돌아 가야할 그 인생 여정이 어찌 이리도 다
양한지요!
팔남매를 두셨지만 단 한명의 자녀들과도 같이 할 수 없어 그 모진 삶을 홀로 사시어야 했고 병들어 고통에 시달
릴 때도 손 한번 잡아줄 자식하나 곁에 없었던 할머니…,
그런가 하면, 그 기나긴 투병생활, 몇 번의 대수술에 이미 진행할 만큼 진행되어 환부에서는 피고름과 악취가 진
동하며 소변주머니, 대변주머니 날마다 갈아주며 닦아주면서도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속삭여 드리는
자녀를 둔 할머니 …
두분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습니다.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은행잎이 노란색의 절정을 이루는 이 가을에 두 분 할머니를 회상하며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나는 부모님께는 어떤 자녀이며 또한 자녀에게는 어떤 부모인가? 그리고는 스스로 결론을 내려 봅
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님께 좀더 마음을 쓰고 잘해드리며 자녀들에게도 본이 되는 부모가 되리라! 주님의 말
씀대로만 살수 있다면 해답은 나오지 않을까 다짐해 봅니다.
 
호스피스봉사는 그 어떤 봉사로도 견줄 수 없을 만큼 귀하고 소중한 일이며 우리 주님이 가장 기뻐하시리라 믿
는 저는 이 낮은 자를 사용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천국 가는 분들의 길동무 되
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