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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11권경란 간사```
 

“핑크빛 천사”
이 말은 매일 오는 봉사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름은 모르나 핑크빛 까운을 입은 봉사자들의 섬김을 받은 환자
분들이 하신 말씀인데 너무 영광스럽고 분에 넘치는 호칭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처음 이 말을 듣고 마치 제가
천사라도 된 듯 기쁘고 힘이 났습니다.
 
안양호스피스의 간사로 일한지도 벌써 일 년하고도 석 달이 지나갑니다. 작년 이맘때 일이 익숙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고 괴로워서 몇 번을 세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울면서 걸었던 생각이 납니다. 너무나 귀한 일이지만 저의
무능력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 같아 매일 새벽마다 교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했습니다. 이제는 마음
의 여유가 조금 생겼고, 일을 제대로 못해도 감싸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내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150여분이 소천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아프고, 서운하고… 그러나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생을 마무리하는 분들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의 모습이 스쳐지나 갑니다.
 
김○석(폐암, 81세)집사님께서는 숨이 멈추실 때까지 502장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하며 찬송을 하시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김○한(췌장암, 83세) 할아버지께서는 다섯 번의 사경을 넘나드는 고통을 겪고 오신 분이셨습니다. 입원 당시도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정신이 매우 혼미상태로 침대에서 내려오시고 소리를 지르시므로 주위 환자분들, 또한 가
족들과 간병하시는 분들을 힘들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의 정성어린 보살핌과 매일 드려지
는 예배를 통해 점점 안정을 찾게 되셨습니다. 3개월 넘는 입원 기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드리시고
교회의 장로이셨던 분이시라 주위사람들을 위로해 주시고, 기도해주시고 또한 봉사자들을 배려해주시기까지 했
습니다. 가족들이 자주자주 면회를 오셔서 함께 계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평소에 가정을 잘 이끄신 분이라는 인
상을 받았습니다. 연로한 부인이 당신 사후에 겪을 고통까지 생각하셔서 간병하시는 것을 말리시고 가끔씩 만나
는 것으로 만족해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시고 장례를 치른 후 아드님이 인사를 하러 오셔서 “아버님
의 평생을 통해서 이곳에서의 3개월이 당신만을 위한 가장 행복한 시간이셨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수(폐암, 62세)님은 10년을 넘게 집을 나와 방황의 삶을 살아오신 분인데 모 시설의 의뢰로 오신 분이었습
니다. 거친 삶을 살아오셨듯이 성품도 매우 거칠어서 의료진, 봉사자들 모두가 가까이 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
다. 입원 후에 한분뿐인 누님과, 이혼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딸들과 연락이 닿았고 만나게 되었는데 딸에 대
한 사랑이 각별했습니다. 딸과 함께 하려고 손톱 자르는 것도 봉사자에게 맡기지 않고 기다렸다가 잘라 달라곤
하셨습니다. 그분은 가족들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컸는데 예배를 통해서 예수를 믿고 영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 저에게 기도부탁을 하셨습니다.
“ 전도사님! 더도 말고 제가 내년 3월말까지만 살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왜 3월말인가요?”
“딸아이가 2월에 대학 졸업을 하는데 취업하고 사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요.”
그런데 결국 3월까지 못사시고 12월에 소천 하셨습니다.
환자분이 임종을 하신 직후 가족들에게 입원 기간 동안 모습과 하신 말씀들을 가족들에게 전했는데 딸이 아버지
의 마음을 전해 듣고 흐느끼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울고 난 딸과 누님의 얼굴은 이전의 미움으로 굳
어진 얼굴이 아니라 진정한 슬픔과 아쉬움, 평안이 있었습니다.
 
작은 섬김으로 도움을 드릴뿐인데 그분들은 저에게 날마다 “기쁨과 감사”란 선물을 주십니다. 그래서 오늘도 노
란 은행나무 잎들이 노랑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언덕길을 올라 사랑하는 분들이 계신 곳으로 걸음을 재촉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