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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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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겨울의 아쉬움과 함께 소리 없이 찾아오는 봄에 대한 시샘인가. 때 늦은 함박눈이 내리는 2월 말 늦은 시간
에 봉사자분들의 부축을 받으며 아주머니가 입소 하셨다.
만안노인보건센터의 소개로 오신 아주머니는 한눈에 보아도 그가 그동안 삶에 얼마나 지쳐 있었겠는가를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자그마한 마른 체구의 아주머니는 얼굴에 핏기도 기력도 없으셨다. 원래는 본인이 병원으로 찾아와서 예배를 참
석하고 쉼터로 오겠다고 하였지만 너무 기력이 없어서 병원에 올라오질 못하고 목사님이 모시고 오셨다.
도착 즉시 그동안 가정 방문 봉사를 해오시던 송정심 권사님의 도우심으로 목욕부터 하셨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예배를 드림으로 본격적인 이곳 생활이 시작되었다.
 
달라진 환경에 긴장을 풀지 못하시던 아주머니는 며칠이 지나면서 이곳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셨고 어딘가에 이
곳이 좋다고 전화를 하신다. 궁금해 하는 이에게 안심시키려는 것 같아 보였다.
저녁 예배도 잘 드리시며 옛날에 이웃 따라 몇 번 교회를 가본 적이 있다시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예배가 끝난
후 꼭 물어 보시기도하신다. 하나님 이름이 무어냐고...부활하신 예수님은 몇 년을 살다가 가셨나고...궁금하신
것이 너무 많으신 것 같다. 어제는 목사님이 '아멘'은 "동의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는 뜻이 있다고 설명
을 해주니 아주 크게 '아멘'을 하신다. 세례는 조금 더 알아보고 받겠다고 하신다. 성격이 찬찬하신 분인 것 같아
보인다. 요즘은 틈틈이 텃밭에 나가서 쑥도 캐고 냉이도 캐서 식탁을 채우신다. 봄볕에 얼굴이 탄다고 만류해도
흙냄새를 맡아서 좋고 운동이 돼서 좋다고 하신다.
뒤늦게 입원하신 환우 분들에게는 고참(?)답게 이곳생활에 대해서 설명도 해 주고 봉사자들이 없을 때는 다른
환자의 식사도 거드신다.
집이 안양에 있는 아주머니는 이따금씩 다니던 병원으로 약을 타러 목사님의 출근길에 따라 나가기도 하신다.
한번은 밖에서 전화를 주셨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 전화요금 들텐데 왜
전화로 하느냐고 하니 쑥스러워서 전화로 하신다고 하신다. 세파에 시달리신 분 같지 않게 보인다.
 
통역관을 지내신 남편과는 5년 전 사별한 후, 딸은 외국에 나가 있고 국내에는 아들이 있지만 따로 떨어져 사신
다고 하셨다. 외로운 분이다. 하기야 모든 인생이 다 외로운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서러울 것도
없지 않겠는가. 당연한것을 그렇지 않게 생각하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외롭고도 지친 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하루가 다르게 안정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
 
주님은 오늘도 지친 우리를 부르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쉬게 하리라"고...
이곳 로뎀나무가 삶에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이 영과육 모두에 진정에 쉼을 주는 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