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O봉. 84세. 남. 위암.)

쉼터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말기 암을 앓으시면서 동시에 노인성질환을 같이 가지고 계신 중복 환우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이분

들을 위해서 단기보호센터 허가를 얻어서 돌보게 되었다.

첫 번째 모신 분은 위암과 심한 당뇨를 함께 가지고 계신 강O애님이셨는데 증상이 날로 악화되어 가셔서 입소

10일 만에 메트로병원 호스피스병동으로 모셔드렸다.

그 후로 오신분이 윤O봉 할아버지시다. 타 종교를 믿는다고 했지만 입소당시 아들과의 면담에서 예배를 드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모시게 되었다.

첫날 예배는 다소곳이... 매우 모범적으로 잘 드리셨다. 너무 기뻤다. 자연스럽게 적응하시는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허리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시며 자꾸 회피하신다. 드디어 어제는

그렇게 잘 웃으시던 얼굴에 정색을 하시며 “난 다른 걸 믿어” 하시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신다. “아들이 예배

를 드려도 좋다고 하셨어요”라고 말씀을 드려도 “아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 내가 믿어야지”시며 막무가내시다.

큰 걱정이 생겼다.

84세의 할아버지는 연세에 비하여 식욕이 매우 왕성하시다. 식사 때 마다 싹싹 비우신다. 식사는 물론 간식도 드

리는 대로 다 잡수신다. 사탕도 얼마나 잘 잡수시는지... 전립선이 좋지 않기도 하시지만 수시로 화장실을 다니 

신다. 10분 아니면 15분 간격으로 다니신다. 어르신의 소화력에 젊은 우리들도 그만 놀라울 뿐이다.

심리학적으로 무엇에 불안이나 심리적 갈증을 느낄 때는 비정상적인 식욕 등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혹시 어르

신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다른 종교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약한데...내면적으

로는 공허 할 수밖에는 없으실 것이다. 당연히 뭔가에 갈증을 느끼실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예배를 드린다. 잘 믿던 이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위하여... 믿음이

없던 분에게는 주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생겨서 천국에 대한 소망가운데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도록 돕고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평생토록 가지고 계시던 종교적 신념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웁겠는가

.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님을 영접하실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그래 오셨던 것처럼....

그리하여 80여 평생 사시는 동안 어디에서 경험할 수 없었고, 그 어떤 음식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참 평안을 경

험하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