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바가지(마중물)의 소중함을 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내 인생의 마중물이 되어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는 있었지만 빈 둥지 어미 새와 같은 자신을 보며 꿈과

비전을 잊고 살았던 지나온 내 삶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었다.

마중물과 같은 인생, 주님의 마음을 얼음냉수처럼 시원케 해드리며 가장 힘이 없고 연약한 자의 고갈을 채워주

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치유가 불가능하여 사망선고를 받고 살아가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주님의 생명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또 하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호

스피스 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그네에게 가장 기쁘고 행복한 것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음의 끝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 아

닌 본향으로 돌아가 주님과 함께 할 천국 잔치를 함께 기대하며 그들의 아픔과 삶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호스피

스 병동은 슬픔, 고통이 아닌 기쁨과 찬송이 가득한 기쁨의 잔치가 된다.

주님을 영접한 환우들은 항상 미소가운데 지금까지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며 작은 목

소리지만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찬송하는 모습을 볼 때 감사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주님을 원망하던 부족하

고 부끄러운 모습을 죽음을 맞이하는 환우들을 통해 돌아보게 하신다.

믿음이 없는 환우들은 절망 속에 고통스러워하며 봉사자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

낸다.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하심을 전하기 위해 다가가지만 거절당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를 이 자리로 부르시

고 그들을 섬기고 하나님을 전하라 하신 주님의 뜻을 알기에 아픔과 절망과 치유되지 못한 분노와 위로받지 못

한 상처 위에 감히 ‘주님께 맡기세요 기도해요.’ 란 말을 그들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손을 꼭 잡고 기도한다.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에게도 마음으로 다가가 진정으로 위로하고, 기도하고, 삶을 나누다 보면 역

사하셔서 치유하시고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평안을 경험케 된다. 세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오직 하나님의 평안.

그 안에 거할 때 육신의 고통은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신다. 조금씩 하나님께 열리

는 환우와 그의 가족들을 보며, 고통 중에도 기쁨을 회복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