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555

권 경 란 전도사
11.111111
오O선 (위암, 52세, 남)
며칠 전 아주 추운 날 오후, 유가족 한 분이 처음 뵙는 분과 함께 해맑은 모습으로 찾아오셨습니다. “꼭 다시 와
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꼭 다시 와서…’라는 말은 이곳에 있는 저에게는 의외의 말씀이었습니다.
보통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 특히 젊으신 분들이 배우자들과 이 세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을 했던 가슴
싸한 아픔이 남아있는 곳이므로 다시 오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어떤 유가족들은 이 병원 앞을 지나갈 때도 고
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하실 정도인데… 3일 전에도 그런 전화를 받았었습니다.
그분은 의자에 앉자마자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이 이야기를 시작 하셨습니다.
 
환자 분은 자동차에 관한 사업을 하시다가 40대 초반부터 정신질환을 앓게 되셨다고 합니다. 정신병원에 입?퇴
원을 반복하시면서 그로인해 부인과 자녀들이 겪는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암이 발병하
여 너무 견디기 힘들어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었으나 함께 오신 교회의 집사님 내외분이 늘 위로해 주시고 믿음
으로 이겨낼 것을 권고하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있었던 집회 중에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난 후, 어려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남편의 구원을 확신했고, 소원(疏遠)했던 시댁식구들과도 화해를 하여 장
례기간 3일 동안에 슬픔보다 기쁨이 더하고 감사로 지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곤 신앙 고백적인 시를 적은 쪽지
를 내 놓으셨습니다. 그분이 쓴 그대로 옮겨봅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환자 분은 2008년 11월 5일에 ‘사랑병동’에 들어오셨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 오셨는데 한 달이 넘는 입
원기간 동안에 말이 없으시고 음식에 대한 집착이 심해 자제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므로 음식을 드시고 토하심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습니다. 목욕도 안하시려고 하고 우울한 상태가 계속 되었는데 반응이 없는 남편에게 부인
은 오실 때마다 성경을 읽어 주시고, 오지 못하시는 날에는 간병사님들께 부탁하여 이어폰으로 녹음된 성경 말
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점차 통증도 조절되고 잠도 잘 주무셨습니다. 11월말 경에는 부인에게 “당신 참 예쁘다”
고 말씀도 하시며, 자녀들이 오면 기운이 없으니 온 힘을 다해 이름을 불러 주기도 하시고, 말씀은 못하시지만
어느 땐 눈을 뜨시고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12월로 접어들면서 전신으로 부종이 생기고 미음이라도 조금 드시면 복통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곤 12월 11일 ‘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방으로 옮겨지신 후 사랑하는 형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
다.
 
하나님께서는 당사자 구원문제를 확실하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남아 있어 가장이 없이 살아갈 가족들에게 지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게 하시고 자녀들에게 는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게 하셨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힘든 일은 얼마든지 있겠습니다만 그때에도 지금처럼 함께 해주심을 믿고 있기에 그런 고백을 하
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저와 여러분들이 경험하신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