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사람의 영혼을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금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이 구호를 외치고 조용히 병실 문을 엽니다. 환우님들은 아침에도 주무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위기는 엄숙하리만치 고요합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환우 분 곁에 앉습니다.

기나긴 침묵...

하지만 그 침묵은 환우님의 표정 하나 하나와 신음의 높낮이까지 느껴지는 집중의 시간입니다.

사랑 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은 못해도 눈빛과 손길만으로도 마음이 소통할 수 있는 것..

환우님들은 직접 말씀은 못하시지만 저희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십니다.

30분이 넘도록 눈을 감고 계셔서 깊이 잠이 드신 것 같아 잡은 손을 놓으려고 할 때, 미약한 힘으로나마 제 손을

꽉 잡으시는 걸 느끼고 속으로 깜짝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꺼풀마저 들기 힘드신 듯 천천히 눈을 뜨시

며 저와 눈을 맞춰 주실 때면 “아~ 함께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가슴이 뭉클해져 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생각합니다. 하나님께 집중 하는 것.. 그 분과 함께하는 것.. 하나님은 눈

에 보이지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주시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그분을 사랑하며

저는 하나님의 주시는 복은 부귀, 영화, 무병장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의 진정한 복은 그분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시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

까지 함께해주시는 그분의 존재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몸으로 움직여서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하면 어쩐지 맘이 편치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아마도 그때의 그 마음은.. 보이는 행위로 내 가치를 입증해보이고자 하는 인간적 욕심이 더 앞섰던 게

아니였나..하는 게 솔직한 저의 고백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환우 분께 특별한 도움이 드리지 못하더라도 하

예배시간에 찬양을 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를 드릴 때 만일 세상 사람들이 곁에서 그 모습을 본다면 저렇게 누워

만 계시는 환우 분들과 과연 예배가 가능할까..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울림을 듣고 싶듯이 환우님의 울림을 듣고 싶습니다. 그것은 약자를 도와주었다는 심리적 우월감이 아

닌 섬김의 마음으로 그분들보다 낮아 졌을 때만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약 300분 세례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고아처럼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던 이들이 주님을 통해

서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까지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봉사자분들의 노고가 있으셨겠습니까. 그 보이지 않은

노고를 생각해 볼 때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너무나 부족한 제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봉사자 일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크나 큰 긍지가 느껴지는 것은 이 봉사를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