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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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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들면서 참으로 귀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였습니다.
‘죽음의 길…….’ 누구나 가야하는 길이라지만 그 길은 너무나 외로운 길이지요. 그 길의 동행자가 된 것입니다.
남다른 보람으로 4년여의 기간을 지내던 중에 목사님으로부터 쉼터에서 같이 일을 하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어느 덧 일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청정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가 있고 계절에 따라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지금은 녹음으로 짙게 물든 앞
산과 마치 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한 푸른 들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답니다.
 
이곳 쉼터에는 틈틈이 요일별로 봉사자들이 오십니다. 그리고는 손이 모자라는 이곳의 손이 되어 주시고, 무공
해 상추, 고추, 토마토, 호박 등으로 점심을 겸해 서로 교제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천국
이 이런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요즘 목사님은 벌써 몇 년째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호박을 지원 받아 봉사자들……. 아니 우리 식구들에게 나누
어 주시는 기쁨으로 아침마다 메트로병원으로 달려가시지요. 이제 병원에서는 호박목사님으로 별명까지 부쳐졌
답니다. 목사님은 호박 이름이 좋다고 하십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불평하는 요나에게 박덩굴을 준비하사 심히 기쁘게 하게 하신 하나님은,
이곳에서도 역시 환우 분들의 아프고 외롭고 모든 가려움증을 긁어 주고 만져주고 치료해 주십니다.
대부분의 환우 분들은 오실 때보다 인지가 좋아지고 식사도 잘하시고 건강이 많이 회복되는 걸 보고 있습니다.
메트로병원 전세현 과장님도 ‘희한하게도 쉼터에 오면 일단 좋아 지네요’라고 하신답니다.

 
* 위암. 전립선암과 함께 인지장애까지 있으셨던 윤씨 할아버지는 통증 조절은 물론, 인지상태도 정상으로 돌아
오셨고 예배도 잘 드리십니다.
* 말기 폐암에 허리까지 아프셔서 워커가 없이는 걷지 못하시던 김씨 할아버지도 이젠 아침마다 마당 걷기 운동
도 하시고, 예배시간 마다 ‘아멘’으로 흥을 돋우기도 하십니다.
* 정씨 할머니 역시 처음엔 모든 것에 부정적 사고로 일관하시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식사, 세면 일
일이 다 챙겨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긍정적 사고로 바뀌어 잘 웃으시고 솔직 담백한 말씀으로 우리에
게 웃음 선물을 주시지요. 가끔은 고마워하며 칭찬도 해 주시니 그럴 때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 자녀들이 ‘외국엘 다녀오겠다’며 피해야 할 만큼 자녀들에 대한 집착이 크셨던 고씨 할머니도 이제는 자녀들에
게 ‘이곳이 더 좋다’고 하실 정도로 안정을 찾으시고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저는 이 분들을 모시면서 느끼는 점이 참 많습니다. ‘칭찬하고 사랑하고 지지해 주면 사람이 이렇게도 바뀔 수가
있구나’ 하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날마다 취침 전에는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님의 생명 된 말씀과 한분 한분을 위해 드리는 기도가 환
우 분들의 영과 육을 더욱 새롭게 하시는 것을 봅니다. 어떤 때는 마치 부흥회 같이 열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김의 길을 걸으시는 목사님. 사모님을 본받아 저희 또한 더 잘 섬기도록 노력하고 져 합
니다.
부족한 저희를 부족하다 않으시고 사명의 길로 부르신 주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