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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정 민 선생
하사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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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한 사이트에 어느 노인문화센터에서 마련한[어르신을 위한 죽음준비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올
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그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이상한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이 보시면 기
함(氣陷)하실 어처구니없고 개념 없는 프로그램이다’ 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고. ‘굳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노
인들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부담이 되는데 굳이 ‘죽음...이라는 문구를 넣어야만 했나’하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금기(禁忌)의 대상입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자연스레 ‘죽음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호스피스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곧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기에 두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호스피스는 두려움 그 너머의 의
미를 보게 해 줌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줍니다.

 
앎의 축복
 
피해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 ‘평안한 안녕’으로 세상과 이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죽음 너머를 알려주고 믿음의 눈으
로 볼 수 있도록 도운 호스피스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모르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을, 알게 됨으로 ‘평안한 안녕’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은 큰 축복입니다.
 
풍요로움의 축복
 
앎의 축복은 비단 환우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봉사자들에게도 복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마
지막을 의식하며 사는 삶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삶에는 삶에 대한 무게감이 다를 것입니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원한다면 주어진 삶에 좀 더 책임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하고, 삶을 귀한 가치로 채우고 싶어집니다.
설령 더디더라도 하나씩, 적더라도 조금씩, 무엇으로든 이뤄내고 남길 수 있기를 갈망하며 고뇌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 자신에게도 가장 어렵고도 무거운 여정인 ‘죽음’을 착실하고 의미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자
극하는 호스피스가 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저에게 정신적 풍요는 축복입니다.
이 복은 15년 전, 그러니까 샘물호스피스 교육과정(5기)을 이수 한 후. 지금까지 안양호스피스와 함께 걸어오면
서 이어지고 있는 축복입니다.
 
죽음이란 아직은 젊은 세대인 저에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삶의 중요 부분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
다.
호스피스병동으로, 쉼터로 끊임없이 환우 분들과 같이 호흡하시는 봉사자분들과 함께 걸으며 얻어지는 풍요는
덤으로 얻어지는 보너스와 같은 축복입니다..
 
호스피스만이 줄 수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이 교훈을 마음 깊이 다짐하면서 나의 삶이 씨줄... 혹은 날줄로만 엮인 엉성함이 아닌 좀 더 촘촘하고 견고함으
로 완성되어 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