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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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김○옥(위암, 53세, 남)
 
김○옥님은 안호선 하루찻집에도 우정출연 한바 있는 장애인 선교단(달리다쿰) 김상섭목사님과 함께 지내던 분
입니다.
작년 10월에 위암이 발병하였고 간까지 전이가 되어 항암을 시도하던 중 중도에 포기하고 평택 동생 집으로 내
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동생 집에서의 약 보름간은 물만 먹어도 토해 내는 바람에 형제들은 당황과 안타까움만 컸다고 했습니다.
3월 19일. 김 목사님의 소개로 이곳 쉼터로 입소를 하였는데 우측 늑골 통증과 구토가 심하였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한 안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곳 식구들의 따뜻한 환영 속에 하루를 넘기면서 안정을 찾는듯하였고 다음날부터는 식사를 드시기 시
작하였는데 그것도 그릇을 비우고는 조금 더 먹을 수 없느냐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금식을 마친 후. 보호식이 위
험한 것을 생각하여 조절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도 하였는데 며칠 후. 찾아온 가족들은 달라진 모습에 놀라워하
더군요.
 
김○옥님은 지적장애 3급자로써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어린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대화는 주로 단답
형이었고, 표현이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일으켜주고, 먹여주기도 하고 등을 긁어도 드
렸고 주일날 마다 정태수 간사는 정성스레 목욕을 해 드리곤 하였습니다.
 
장애인 시설에서 지낼 때는 집사 직분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자 침상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후 복창인 “천국 들어갈 것을 믿습니다”라는 구호를 큰 소리로
따라 하곤 하였습니다.
 
어깨가 너무 아프다면서 침 맞기를 원해서 목사님이 한의원을 데리고 가서 침을 맞혔어도 별 효과가 없었지만
전세현 과장님이 처방해주신 진통제로 어깨 통증은 곧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통증은 가라앉았으나 배가 자꾸 불
러오므로 메트로병원으로 검사를 다녀왔는데 복수보다는 간이 많이 커져 있었고 사진을 판독하신 선생님은 ‘지
금까지 이렇게 간이 큰 경우는 처음 보았노라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인사성이 얼마나 밝은지 힘든 상황에도 아침에는 “잘 주무셨어요? 식사 때는 “식사 하세요”인사하기를 잊지 않
았고 틈틈이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뇌염으로 많이 아팠다고 해서 장애가 후천성인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보다 몸이 더 불편한 장애인을 위하여 자원봉사를 하였노라고도 했습니다.
사는 게 힘이 들면 강퍅해지기가 쉬운데 마음이‘천성적으로 따뜻한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열리자 묻지도 않는 이야기도 잘 하였는데 놀랍게도 결혼을 한 적이 있었고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와 보
니 패물만 가지고 도주했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대하여 그만큼 상처가 더 컸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
팠습니다.
 
그런대로 약 한달 간을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지고, 황달과 다리의 부종이 심해지자 더 이상은 쉼터 돌봄이 어려워져서 자연스레 메트
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도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데도 짜증을 부리는 일이 없었고 아침마다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아 주셨다
고 합니다.
비록 거동을 못하였지만 소천하기 얼마 전까지도 틈틈이 확인하는 권경란 실장님의 구원 점검 시에는 신앙고백
을 확실히 하곤 했다고 합니다.
4월 24일. 봉사자님의 찬송을 들으며 주무시듯이 평안한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떠나 가셨습니다.
 
그동안 이곳 로뎀나무에는 많은 분들이 거쳐 가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님은 유독 나사로를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성경대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있겠지요.(316장)
질병과 장애와 가난과 소외 속에 세상이 버겁게 여겨질 때마다 그렇게도 사모하던 바로 그 곳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