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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전도사
본회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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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유방, 49, 여)
 
지금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과 한적한 해변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그리고 둘만 탈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이런 저런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그만 바다 한가운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 때문에 배가 침몰이 되었고, 한 사람만 겨우 탈 수 있는 크기의 널빤지를 두 사람이 동시
에 잡게 되었습니다.
구조가 올 때까지 널빤지가 두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때, 과연 누가 포기를 해야 할까요? 자신이어야 할

까요? 아니면 가장 소중한 사람이어야 할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정의를 가지고 판단해도 쉽게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것을 “카르네아데스의 널빤지” 라고 합니다. B.C 2세기부터 그리스 철학자가 말한 이론에 대해서 오랫동안
명확한 답을 말한 사람이 없었는데, 17C 에 와서야 스와레즈라는 학자가 “사랑의 질서”라는 말로 정의를 내렸다
고 합니다.(요15:12-14)
‘사랑 안에 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사랑의 질서’가 있습니다.
오늘은 김○숙님과 여동생 사이에서 발견한 ‘사랑의 질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김○숙님은 몹시 지쳐있는 상태에서 병동에 오셨습니다. 거동도 못하고, 식사도 2주 동안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상처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의 동생분의 간병은 너무나 지극 정성이고, 헌신적이었습니다. 언니의 세세한 이야기도 들어주고,
투정 아닌 투정도 웃음으로 받아주고, 밤을 새며 언니의 모든 것에 함께 해 주었습니다.
 
병동에 온지 1주일.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식사도 조금은 하시며 조금씩 거동도 가능해졌습니다.
오랫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맑게 개인 어느 날. 자매는 모처럼의 산책을 나왔습니다.
“최근에 본 풍경은 여름이었는데, 어느 덧 가을 풍경을 보게 되었느냐?”면서도 심호흡을 하시며 좋아하셨습니다
둘러싸인 산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 단풍나무도 은행나무도 가을 옷을 입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동심에 빠
져든 듯 자매는 재밌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을 햇살에 비치는 두 자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천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김○숙님은 “동생을 빨리 집에 보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 때문에 힘겹게 고생하는 동생에게 너
무 미안해서 마지막 시간이 당겨지길 원하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정말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용서하고, 또 용서받고 싶다고도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
느 덧 자매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언니를 꼭 끌어안은 동생은 볼에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고, 끝까지 힘내자고” 위로를 하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랑.
예수님이 용서하셨던 것처럼,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랑.
예수님께 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내 몸처럼 여길 수 있는 사랑.
 
‘사랑의 질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하게 만듭니다.
두 자매의 사랑은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