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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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봉 옥 사모
선한목자교회
 
안양 호스피스 선교회와의 만남은 내 인생을 한 차원 성숙시켜 준 귀한 기회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봉사는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도리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교육이 시작되면서 나의 생각은 서서히 바
뀌어 갔다.
특히 유언장을 쓰는 것과 입관 체험은, 죽음을 앞에 둔 환우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내 삶
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마치고 실제로 봉사활동을 시작 하고부터는 진정으로 봉사의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남을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봉사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그 분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는 자신을 발견한
다. 그렇기에 때로 육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어려울 때에도 어떻게든 봉사활동만은 지속하면서 오늘에 이르렀
다.
 
봉사활동 중에 제일 큰 기쁨은 역시 불신자 분들이 주님을 영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나는 6년째 이 자리를 지키면서 참으로 많은 분들의 세례식을 보았다.
그때마다 이런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안ㆍ호ㆍ선을 주님은 얼마나 사랑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혼구원의 사역은 다양한 기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호스피스 사역을 통한 구원의 사역은, 진정으로 주님을 만날만한 때요 주님을 만나야만 하는 절박한 분들을 위
한 것이다.
한 개인의 차원에서는 어쩌면 더 이상은 기회가 주어질 수 없는 종말론적 수확의 기회이다.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53세의 양○○ 환우이신데, 여동생으로 부터 오빠를 위한 기도 부탁을 받게 되었다.
“걸음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분은 주님이시오니 계획하신대로 믿고 구원받아 천국 가도록 해달라”고 정말 간절
히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니 미약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아멘”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자 지켜보던 여동생은 너무나 감
격스러워 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이 흘리는 눈물을 본 기억이 없다.
돌아가신 어머님(권사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오빠의 구원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를 하셨다고 하니 그 열매
가 이번 기회에 맺히는 것 같았다. 예수님을 영접하신 그 분은 그날 오후에 세례를 받았는데 그후 며칠간 무의식
상태에 계시다가 천국에 가셨다. 아찔한 생각도 든다. 만일 그때 구령할 기회를 놓쳤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2년 전부터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집을 방문해서 보살펴 드리는 가정 호스피스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즐거워하시는 환우들을 보며 내가 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찬양을 같이 부르며 즐거워하셨던 이○○할아버님.
목욕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이○○할머님은 마음속에 감추어둔 힘든 얘기를 꺼내며 위로도 받으시곤 하셨다.
우리의 방문이 있는 날에는 몸도 마음도 날아갈듯 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쉬지 않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 어린아
이 같은 모습을 떠올릴 때는 내 마음은 푸근해진다.
 
호스피스 사역은 환우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영접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도 가정 호스피스를 가고 있는 박○○성도님의 경우가 좋은 예다.
그분은 병상에 누우면서 교회 출석을 할 수가 없어 병상세례를 받으셨다. 지금은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
렀는데, 봉사자들이 예배드리며 찬송 부를 때, 특히 아시던 찬송을 불러드리면 눈물을 흘리며 찬송을 따라하는
듯 입술을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아들은 효자여서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예배드리는 것을 무척이나 반대하였다.
교회에 대한 반감이 심한 듯이 자꾸만 따지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랬던 그가 서서히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하더
니 지금은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찬송이라면서 같이 부르기도 한다. 어머님이 힘들어 하실 때는 찬송을 틀어놓거
나 아들이 불러드리면 너무 좋아하신다고 하며 찬송가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신앙에 대해서 마
음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 그도 머지않아서 곧 주님을 영접하게 될 줄로 확신한다.
 
이렇게 주님의 일에 열심을 내면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하는 복을 주신다.
73세 되신 김○○할머님께는 언제나 내가 큰 도전과 은혜를 받는다. 환자임에도 새벽예배를 빠지지 않으시며,
본인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주위에 베풀기를 좋아하신다.
“ 우리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며 늘 봉사가 즐거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시는 김승주 목사님과 동료 봉사
자들, 특히 가정 호스피스 팀장이신 송정심 권사님에게는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나의 모습이다. 기회가 닿는 대로 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다.
이번 한국호스피스협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도 주제로 다룬 ‘가정에서의 호스피스 돌봄’같은 강의는 나를 새롭
게 무장시켜 주고 봉사자로써의 기쁨을 충만하게 해주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