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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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 순 권사
12기. 화요A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만남’입니다
제가 호스피스로 헌신을 하게 된 데는 우정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받고 싶은데 같이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면
서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초상집에만 갔다 오면 병이 났었습니다. 죽음이 그만큼 심적 부담을 주었기에 당시로써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는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교육만 받자”면서 권유하여 왔고 결국 ‘교육만 받는 것은 어떨라고…’하는
생각에 교육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3개월의 교육을 받고 보니 호스피스는 교육만 받고 그만 둘 일이 아니였습니다. 내친김에 봉사자로 남기로 했습
니다. 그로부터 어느 덧 6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처음에는 환우들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서 “주님 저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고통을 덜어주세요. 그 무엇보다도 그 영혼을 사랑해
주세요. 주님을 받아들여서 편안해 지게 하소서” 하는 기도 밖에는 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환우들이 따뜻한 돌봄과 기도와 찬송…매일 드려지는 예
배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안정을 찾게 되고 마지막에는 천국을 확신하며 평온히 죽음을 맞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생각도 차츰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새 죽음이 무서움의 대상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제 자신의 죽음도
생각해 보게 되는… 삶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초상집만 다녀와도 몸이 아프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변해도 너무 변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면서
교육 받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때론 힘들고 가정이나 교회 일로 결석을 하기도 하지만 제 마음 기도 방에는 늘 호스피스 병동이 자리하고 있습
니다. 그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는데 그래도 특별히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천사가 있습니다.
백혈병을 앓던 12살짜리 남아였는데 정말 힘들고 아플텐데도 항상 밝은 얼굴로 작은 섬김에도 꼭 “감사합니다”
란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어린 것이 신앙고백을 하고 이곳에서 세례도 받았습니다.
부모는 늦게, 어렵게 얻은 자식을 앞세우기가 너무 어려워서 가능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다시 암센터로 가서 여
러 치료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 얼마 후. 엄마로 부터 ‘하나님이 필요하셔서 불러 가신 것 같다’는 연락이 왔었다는 소식에 저희들의 가슴은
많이 아팠습니다.
 
* 봉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났던 연세 높으신 권사님이 생각이 납니다.
유방암이었는데 좀처럼 진통제가 듣지를 않을 때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시며 등을 쓰다듬어 달라곤 하셨습니다.
그러다가도 좀 안정이 되면 봉자자들에게 “여기 앉아라. 이거 먹어라, …”하시면서 챙기셨습니다. 어떤 때는 아
들이 화장품회사에 다닌다고 하시며 “우리 아들이 주는 거야” 하시며 화장품을 주실 때는 “이곳에서는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하고 아무리 정중히 사양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던지 듯 안겨 주시기에 일단 그 앞에서는
받아 올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권사님은 마음이 참 따뜻하신 분이셨습니다. 평소에는 섬기시던 교회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큰 역할을 하셨으리
라는 쉽게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병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가시던 권사님은 그 날을 착실하게 준비하시다가 조용히 하
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 또 한분은 잔등에 큰 욕창이 생겨서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시던 분이 생각납니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상처가 커서 바로 누울 수가 없으니 언제나 엎드려 있어야만 했고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기에 괴로웠습니다. 그저 매일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만 드릴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아픔도 고통도 서러움도 없는 영원하신 하나님나라에 잘 계시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물었답니다.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환우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하더랍니다. “친구가 필요하다고…”
마지막 길… 그래서 모두가 떠나버리는 서럽고 외로운 길에 친구가 되고 있음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토록 의미 있는 섬김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