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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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란 전도사
병동 자원봉사자실장
권 ○ 철(간암, 80세 여)
 
김장철이 되니까 더욱 언니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저 보다 먼저 우리 집 김장을 챙겨주셨던 엄마같은 언니였는
데, 이제는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준비해야 좋을지 김장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막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팔십인데도 젊은이 못지않게 늘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오던 큰언니가 금년 6월 초에 메트로병원에서 폐
로 전이가 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상태가 호스피스로 가는 길 외에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잠시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조카들(자녀)은 제가 호스피스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차마 입은 떨
어지지 않으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고, 힘들겠지만 삶을 정리하시도록 도와 드리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더군다나 작은 언니는 “절대로 알릴 수 없고, 그런 말을 하는 너도 보고 싶지도 않다
”고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언니는 근처 병원에 입원 하게 되었는데 저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아직 언니가
신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매일 퇴근 후 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가족 모두가 믿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형부는 철저한
타종교 신자이시기 때문에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기도 요청을 하고 저도
새벽마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언니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려는 것을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입원 1주일 쯤 지나서인지 모든 식구들이 있을 때 제가 “언니! 그래도 동생이 명색이 전도사인데 언니를 위해 기
도는 해야지?” 하자 한참동안 대답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도 침묵 했습니다.
그러더니 언니가 불쑥 “해봐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언니를 안고 정말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를 드
렸습니다. 불신자 가족들이었지만 그 시간만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후부터는 병실에 갈 때마
다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언니도 “아멘”으로 답했습니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입원은 의미가 없다면서 퇴원을 권했습니다. 퇴원해서 집에 있었지만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가운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두 번의 입?퇴원을 반복하던 중. 상태가 악화된 6월 말
쯤엔 더 이상은 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조카들은 엄마가 병을 알고 충격을 받을까봐 쉬쉬하고 있었지만, 저는 동생이지만 또한 호스피스로써 언니와 함
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천하시기 열흘 전쯤 아무도 없던 어느 날 언니를 끌어안고 “언니… 이제 병은 나을 수가 없대. 하지만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고, 우린 곧 다시 만날 수 있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가만히, 말없
이 저의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습니다.
그 후로 저는 퇴근 이후로는 언니 곁을 지키며 틈나는 대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드디어 언니는 자신의 죄인 됨
과 그에 따르는 형벌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고 어느 날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빠르게 안정을 찾기 시작하였고 “여기는 과장님도 좋으시고 목사님도 좋으시고, 봉사자들도 참 좋구
나. 네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구나” 하면서 편안해 하셨습니다. 기도해주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진단을 받고나서 부터 소천하시기까지 두 달 동안. 가끔 로뎀나무 밑에서 지쳐 있던 엘리야가 생각 되었지만 새
벽마다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그날 그날의 사용할 힘과 믿음을 채워 주셨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엘리야에게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
니한 자니라(왕상 19:18)"하시며 베푸셨던 은혜를 저도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언니 옆에는 제가 자리를 지키
며 읽던 성경이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작은 조카가 그것을 읽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기도하면 옆에서 기도
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천주교에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그 조카가 아주 큰일을 하였습니다. 조카는 언니 손목에 끼워져 있던 염주를 보더니 “엄마는 이제 이런
것 필요 없어”하며 염주를 빼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조카는 숨겨 놓으신 칠천 명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여건이 여의치 못하여 세례를 받지 못하시고 보내 드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구원을 받은 영혼을 생
각하면 감사한 마음입니다.

 
“보고싶은 언니!
며칠 전엔 그동안 언니에게 배운 기억을 더듬으며 작은 언니, 형숙이와 김장도 잘 마쳤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언니를 추억하는 것만도 눈물이 나지만 그때가 있기에 슬퍼만은
않을래요. 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