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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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라
로뎀나무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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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곤 (전립선 암. 노환. 89세. 남)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이것은 김 O 곤 어르신이 이따금씩 식사를 전후로 하시던 일본식 인사입니다. 무슨 뜻이냐고 여쭈었더니 “감사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안호선 가족 김종심 전도사님. 김종엽 집사님의 부친이십니다.
입소 첫날 성함을 여쭙자 우렁차게 당신의 함자를 밝히신 어르신은 비록 병상생활이시지만 위엄이 대단하셨습
니다.
약간의 치매현상을 보이시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십니다.
이곳에서는 식사시간마다 직접 기도를 하시도록 하였는데 언제나 “하나님 아버지. 이 죄인에게 베푸신 은혜가
너무 감사합니다”로 기도를 여셨습니다.
때로는 자녀들을 위하여, 때로는 이곳 로뎀나무 식구들을 위하여…“이곳 사람들의 은혜를 하나님께서 갚아 주
시기를…” 간절히 기도 하셨습니다.
다소 논리성은 떨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기도는 감사로 여시고 감사로 닫으셨습니다.
건강하실 때의 평소 신앙생활이 얼마나 신실하셨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저 어른의 감사가 평소 신앙생활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한다면 나는 왠지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네 살아가는 것이 ‘있는 것 보다는 없는 것이 더 크게 보이고.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수술 후 마취가 깰 때 반의식 상태에서 나오는 첫마디로 그 사람의 평소 인격을 알 수 있는
데 어떤 이는 심한 욕으로, 어떤 이는 ”감사합니다“로 하며 깨여난다고 하는데 그것을 생각하면 수술자체보다는
깨여날 때가 걱정이 되어서 수술이 두렵다”고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감사로 지내시는 어르신을 보며 나는 훗날에 어떤 모습을 주변에 보이게 될까?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약을 드리면서 “오래 사셔야지요.”하고 인사를 드리면 “허!” 하시며 헛웃음을 웃으셨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민망 하시답니다. “그래도 장수는 하나님의 축복이잖아요”하며 위로를 해 드리면 “그렇긴 하지만
…”하시며 멋쩍게 웃으시곤 하셨습니다.
 
면도를 마친 후, “역시 미남이셔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좋아하셨지요?”하고 물으면 “응!”하시는데 매번 같은
질문을 드리는데도 싫지는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높으신 연세에도 이목구비가 또렷하셔서 한창 젊었을 때는 아주 미남이셨을 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어르신은 분위기 메이커이십니다. 크게 웃을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어르신이 이따금씩 하시는 엉뚱한
말씀은 이곳을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이곳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버
리시는 아주 멋진 웃음치료사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인가는 간혹 ‘이 죄인을 아버지께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 기도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봄비가 내린 후, 만개한 벚꽃으로 화창해 진 어느 날 아침 어르신은 당신께서 사모하시던 천상의 나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전날 주무시기 전에도 “내일 아침에 만나요”로 서로 인사까지 주고 받았는데…
 
갑자기 떠나시게 되어 이곳 식구들은 안타까움이 컸습니다만, 이제는 그렇게도 사모하시던 바로 그곳 하늘 정원
을 걸으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가셨어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는 지금도 저희들 귀에 여전히 들리는 듯합니다. 어르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