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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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 안수집사
안양제일교회. 9기
그동안 전립선암과 노환으로 시골 의료원과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시던 아버님은 가족회의를 거듭한 끝
에 2011년 10월 5일. 안호선이 활동 중인 메트로병원 호스피스병동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곳으로 모시게 된 제일 중요한 이유는 주님을 영접은 하였지만, 구원의 확신이 없어 항상 불안해 하셨기 때문
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주님의 말씀 가운데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하늘나라에 편안히 보내 드리기 위해서
였다.
입원 첫째 날. 환경이 낯설고 그동안의 간병해 주시던 분들과 헤어짐, 또한 고향을 떠났다는 생각에 불안해하시
는 것이 역력했다.
과장님의 첫 회진이 끝나고 난 후, 아버님은 병의 완치 가능성과 “언제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를 물으셨다.
차마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하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일단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매일 예배드리고 기
도하면 빨리 가실 수 있어요” 하고 대답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로부터 하루 이틀 생활하시면서 병동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을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은 여전하신지 어떤 때는 새벽 2시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셔서 제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
셨고, 때로는 전화로 “집에 데려다 달라”고 조르시기도 하셨다.
그런 와중에서도 매일 아침저녁 찾아뵈며 안심을 시켜 드렸다. 말씀과 찬양과 기도를 해 드렸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꼭 아버님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언제 부르실 줄은 모르지만,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로 확실하게 고백하게 하시고, 저 하늘나라를 바라
보면서 확신 가운데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아멘"을 크게 하셨다.
기도드린 대로 아버님은 매일 오전에 드리는 예배와 봉사자들의 섬김과 기도 가운데 점차 마음의 평안을 찾기
시작하셨고, “봉사자들이 너무 수고하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나중에는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까지 하셨다.
그러던 3주째가 되던 날, 갑자기 어머님과 큰며느리와 아들을 오라고 호출이 떨어졌다.
전화를 받고 급히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왜 갑자기 부르셨어요?”하고 여쭈어 보니 “너도 하늘나라에 가봤지?”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하여 “아네요. 저는 하늘나라에 가보지 못했어요” 하였더니 화를 내시면서 “어제 밤에 목사님과 엄마
와 큰며느리(류권사) 그리고 너와 함께 하늘나라를 같이 다녀왔는데 모르겠다니 무슨 소리냐…”고 하시는 것이
었다. 꿈속에서 천국 경험을 하신 것 같았다. 그리하여 “하늘나라가 어떠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너무 너무 좋
았고, 행복했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고 하시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그 후로 아버님은 매일 매일 드리는 예배와 말씀과 찬양 가운데 지난날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안정을 찾아 가셨
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버님은 또다시 어머님과 식구들을 부르셨다.
대뜸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라”시는 것이었다. 아주 뜻밖의 말씀이셨다.
아버님은 30년 전 본인이 손수 “내가 죽으면 묻힐 곳이라”시며 가묘를 만들어 놓으시고 정성들여 가꾸어 오시던
분이시다. 놀라신 어머님께서 확인 차 다시 물으셨다. 이에 아버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죽으면 꼭 화장을
하고 제사도 지내지 말고 교회식으로 목사님 모시고 예배를 드려 달라”시는 것이 아닌가.
유교 가정에서 태어나신 후 교회는 다녀도 제사만은 고집하시던 아버님이신데 죽으면 화장하고 예배를 드리라
고 하시다니…
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모두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예수님을 잘 믿으라”고 하시면서 당부를 하시는지 어머님 손
을 꼭 잡으시는 것 이었다.
아버님은 3남 2녀의 자녀들에게 마지막으로 아주 큰 선물을 주신 것이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는 동생들과 모든 준비를 하고 돌아와 아버님 귀에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고 말씀을
드렸더니 알겠다는 듯이 내손을 꼭 잡으셨다.
그 후 3일 동안의 혼수상태가 계속되시다가 11월 21일 새벽 2시.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 지셨다. 아버님은 내
가 손을 꼭 잡고 찬송가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 하시네. 그의 사랑 어찌 큰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성령
감화 받은 영혼 하늘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 하셨네’를 부르는 사이에 마치 주무시듯이 하
늘나라로 떠나 가셨다.
 
아버님이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시도록 너무나 크신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를 드린다.
또한, 그동안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차질 없이 실현되도록 수고를 해 주셨고, 앞으로도 이를 위하여 계속해서 수
고해 주실 안양호스피스선교회 목사님과 봉사자님들께 가족을 대표하여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