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칭찬 릴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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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상 동
토요A팀장
 
온 하늘이 잿빛으로 가득하며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필자가 찾아뵙는 수고를 덜어 주시며 친히 사무실까지
오셔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팀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팀장님은 18기로 교육을 받으시고, 토요 A팀을 맡고 계시는 데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오늘 말
을 많이 할 것 같다”는 농담으로 대화를 여시며 봉사와 더불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안호선과의 인연을 물으니 이미 10여 년 전부터 봉사에 눈을 뜨시고 안양에 있는 무의탁 노인시설에 자원하여
목욕봉사를 2년여 정도 하는 중에 김구현 팀장님(수요 A팀)의 소개로 발을 들여 놓으셨다고 한다.
 
팀장님은 금년 설을 앞둔 며칠 전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셨다고 한다. 그런데 슬픔이 채 가시기
도 전일 텐데도 담당 일에 나오셔서 주변을 놀라게 만드신 분이시다.
팀장님은 병실에서 어떤 환우 분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듣고는 바다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다 보여 주
기도 했고, 꽃이 활짝 핀 것을 보면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기도 하였다고 하며 가급적 체온이 느껴지는 친구가 되
고 싶다고 하신다.
때로는 몹시 힘들어 하던 분의 안부가 궁금하여 일하다 말고 뛰어온 적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필자가 우리 병동의 왕 고참 조OO목사님 머리맡에 마라톤 완주 메달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여
사연을 여쭸더니 빙긋 웃으시며 봉사자가 걸어 주었다고 하셨는데 그 메달의 주인공이 바로 권 팀장님인 것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이렇게 사랑을 나누던 환우분이“먼저 하늘나라에서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중에 꼭 만나자”고 하
던 마지막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서 맴돌고 있다고 하신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지구력이 대단하신 것을 알게 되었다.
팀장님은 틈나는 대로 취미로 운동을 하고 있으며 42.195km(105리)의 마라톤 완주를 46번이나 하셨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산악마라톤으로 바꿔서 도전하고 계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와-우!)필자는 하프마라톤조차
도전해 본 적이 없는 데 그렇게 많이 완주를 할 수가 있었을까? 보통 30분만 뛰어도 심장이 멎을 것 같고 고통스
러운 데 3-4시간 장거리 경주를 어떤 맘으로 뛰시냐고 여쭤 보니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다음엔 절대 안한다고
맘을 먹으면서도 또 다시 뛰고 있는 자신을 보며 어떨 때는 스스로에게 육두문자(?)를 써가며 달리기도 하신단

다. 105리의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수십 번 완주하신 팀장님의 인내심과 지구력에 놀라며 ‘그러한 혹독한 연단이
다른 사람들을 향한 섬김의 마음을 다져지게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안호선에서 또 한분의 거인을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
 
이렇게 헌신적 봉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이 궁금했는데 역시 성장 환경…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음을 알게 되었다.
팀장님의 어린 시절 아버님은 주변에서 임종에 가까운 분들이 계시면 언제나 달려 가셔서 환자의 말과 요구를
들어 주고 수족을 가지런히 놓아 온전한 모습이 되게 해 주는 등 마지막 길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 주시곤 하셨다
고 한다. 그러니까 아버님은 그때 벌써 호스피스를 하고 계신 셈이었다.
이로써 부모의 일상 모습이 자녀들 생의 방향(성격)을 결정하는 데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가 확인
된 셈이다.
오늘도 인터뷰를 하면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밖에 쌓여 가는 하얀 눈이 더욱 순백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취재. 편집: 김지현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