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본 안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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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유난히도 가슴이 시리다.
빨갛게 노랗게 단풍 든 가로수보다는 발아래 이미 떨어져 누워버린 빛 바랜 갈색의 낙엽들이 더욱 마음에 와 닿
는다. 이미 떨어진 잎새들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일곱 형제 그리고 그 짝들까지 합
하여 열넷 형제자매들 중에 바로 위 언니의 남편인 셋째 형부가 불과 몇 주 전에 제일 먼저 천국으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40여년 넘게 함께 어울려 가장 친하게 지내던 형부였는데 위암이 전이되어 7년의 긴 투병 끝에 떠나간 자리는 너
무나 허망하고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도 자신의 의지력에 자신만만했던 그, 또 건강이라면 형제들
중에 가장 자랑이 넘쳐났던 그가 낙엽처럼 떠나가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상하리만큼 나의 마음이 평온함에 스스로 놀라기까지 했다. 이렇게 평온해도 되는 것인지 죄
책감까지 들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는 천국 확신 속에 떠나갔기 때문이라 싶었다.
예순이 넘어서야 나의 오랜 전도 끝에 주님을 영접 했고 우리 내외가 개척한 경북 문경의 작은 교회에 계신 어른
들을 섬기러 십사 년을 함께 다니곤 했다. 참으로 힘든 시간들 이였지만 즐겁고 행복해 하며 천국을 어린 아이처
럼 동경하며 말씀 속에 사는 형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나의 마음이 허전한 가운데도 이리 평온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사랑하던 형제를 구원시키지 못하고 떠나보냈다면 죽음 앞에서도 이 강 같은 평화를 맛볼 수 있었을까? 거리에
뒹구는 낙엽과 같이 허망하게 절망의 바람 속에서 헤매는 구원받지 못한 인생을 보면 주님의 마음은 또 어떠하
실까?
그렇다. 주님의 관심은 오로지 당신의 자녀를 당신 품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당신의 품으로
다 거두고 싶으신 것이다.
얼마 전 15주년을 맞은 안양 호스피스 기념 예배에서 난 참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곳은 참으로 하나
님의 효성스런 자녀들의 잔치 자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부터 효는 명효와 물효, 심효가 있다고 들었다. 귀하게 되어 부모의 이름을 명예롭게 하는 명효가 있는가 하면
, 물질을 잘 공급해 드려 편안하게 해 드리는 물효,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려 마음을 기쁘게 하는 심효가 있다.
안양 호스피스야 말로 영의 부모인 하나님의 마음을 잘 헤아려(심효) 죽어가는 형제를 살리기 위해 자기의 손과
발 그리고 물질까지 드리며(물효), 사랑이신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는(명효) 효성스런 사람들이 아닌가?
하나님은 먼저 믿은 우리들도 사랑하시지만 말기 암보다도 더 무서운 불신의 중병으로 죽어가는 자녀들도 끝까
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신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사랑의 증인이 되라고 유언하셨다. (행 1:8) 청개구리도 부모
의 유언은 받들려고 하는데 하물며 효성스런 우리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안양호스피스는 하나님의 효성스런 자녀들이다. 그것도 15년이란 세월을 하루같이 얼굴빛을 바꾸지 않는 그들
은 그야말로 하나님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참된 자녀이다.
하늘나라의 빛나는 주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