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차적으로는 김승주 목사님께. 이차적으로는 안호선에 빚을 졌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리고 제가 안호선에 빚을 졌다는 것은, “제가 굉장히 마음으로 신뢰하고 좋아하는 권사님 중에 최계순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안양에 사시는 그분은 25년 전에 제가 교육전도사 시절의 저의 부서 교사였습니다. 그 분이 얼

마 전에 돌아 가셨는데 혹시 이곳에 그분 가까이 사시면서 그분을 돌보던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 권사

님이시군요. 너무 감사합니다. 매일 가셔서 안마해 주시던 분이 권사님이시군요?

25년 전, 최 권사님은 양재동에 사시면서 비닐하우스에서 꽃나무들을 가꿔서 아파트들을 돌아다니며 파시는 일

을 하고 계셨고 저는 부임하자마자 초등학교 2학년 부서를 담당했는데 교사 심방 시 그 집에 갔을 때 그만 가슴

이 울컥했습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어렵게 사시는데도 생활과는 관계없이 너무도 신실하신 신앙생활을 하고 계

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권사님으로 부터 “암 말기 판정을 받았노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중에

도 너무나 괴로워 하셨고 웬만한 진통제를 맞아도 해결이 안 되는 고통을 겪고 계셨습니다. 돌아가시기 3일 전에

도 예배를 드렸는데 하시는 말씀이 “근처에 작은 교회의 한분이 오셨는데 그분은 안호선 멤버이며 그렇게 헌신

적일 수가 없었다”고 고마워 하셨습니다.

최권사님은 평소 신앙이 매우 깊은 분이셨기에 적어도 제가 알기에는 하나님께로 가는 길의 과정인 죽음의 선을

넘는데 있어서 이분을 두렵게 하고 힘들게 할 만한 문턱은 없다고 여겨지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으로 부

터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분에게도 ‘죽음의 문턱’이 생기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아프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겪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원망이 나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섭섭함, 서

글픔, 아픔, 상처, 괴로움, 두려움… 이런 것들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그분 사이에 생긴 죽음의 문턱이 ‘한분의 헌신적인 섬김의 손길에 의해서 녹는 것을 보았노라’

고 고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며 저는 ‘섬김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권사님은 그 분이

시간 나는 대로 오셔서 마사지를 해주고 주물러 주고 하는 손길을 통하여 하나님과 당신 사이의 생겼던 죽음의

문턱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분을 통해서 나에게 오셨구

나. 주님이 이분으로 오셔서 나를 만져주고 계시는 거로구나. 이 분의 손이 주님 손 맞지요?”하는 고백이 저절로

나오더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 13장 1절에 “예수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제자들을 사

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은 자신이 떠나가실 때를 아시고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끝까지 사랑하신 것이 섬김의 근본’이라면 ‘섬김

의 본질은 떠남’입니다.

떠남의 그림자를 내가 느낄 때, 진짜 섬김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섬김의 본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너희들도 이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배운 것이 있습니다. 어떤 진정한 의미의 섬김이 가능하려면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하고,

주장하고 싶은 게 객관적으로는 있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으로는 전혀 그것이 내 것이라 주장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헤아리고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된 마음이 있어야만 섬길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섬김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근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호스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늘 ‘떠남의 자리’에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한사람의 인생… 한 작은 아이로 태어나서 꿈을 키우면서 자라 왔지만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인생의 굴곡을 거치

면서 살아 가다가 거기까지 이르렀겠습니까?

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을 좋아는 하지만 아무나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진실입니다.

김목사님에 대하여도 개인적으로 깊이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설교하시는 임용택 목사님께서 “

김 목사님은 직장 생활하다가 이모작으로 목회를 하게 되었다”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

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은 누구냐? 하면 믿을 수 있는 분입니다.

“이 분은 자기 것을 언제든지 내려놓을 수 있는 분이구나”를 느끼게 될 때 그분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로뎀나무가 진짜 섬김의 장소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김 목사님은 이것이 내 것이

라고 주장하는 분이 아닐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언제든지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온전히 올려드릴 수 있는 분이

라고 하는 믿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