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생을 다하듯이,

벼는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허리가 굽어집니다.

어느 날. 엄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후부터 입?퇴원을 반복하던 중 큰 언니 지인께서 ‘로뎀나무’를 소개 해 주

셨습니다.

생소한 곳에 입소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내 맘속엔 별로 좋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나? 이런 저런 생각들을 안고 가서 보니, 여느 가정집처럼 포근한 느낌의 첫 인상을 받았

우리 엄마가 “로뎀나무”에 계신지 벌써 햇수로 2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엔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여 대소변도 힘들어 했고, 음식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여 콧줄로 겨우 연명하는 환

자인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계시게 하려니 맘도 안 좋아 눈물이 앞을 가려 울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쇠약했던 우리 김동여 여사님!

그 사이 지금은 콧줄도 빼시고 숟가락으로 식사도 잘 하시고 굳게 닫혀 있던 입도 여시고 이제는 단답이지만 웬

만한 의사 표시도 하고 계십니다. 매일 드리는 예배시간 찬송을 부를 때면 손을 저으며 장단을 맞추기도 하신다

니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왜소해진 몸을 볼 때면 또다시 심장이 뭉클하고 목이 메어 옵니다.

“엄마! 나야 막내 딸 정수!

엄마 보러 가면 반기면서도 정작 내 이름은 불러주시지 않는 엄마. 엄마 눈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처럼 보이나?,

아님 엄마가 날 알아보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한다.

엄마 기억나? 나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랬는데 추운 겨울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다가 친구들하고 냇가에서 얼음

타고 썰매 타다가 학교 수위 아저씨들이 얼음 깨고 고기 잡은 후 얇게 언 구덩이에 살짝 발 담갔다가 그만 빠져

버렸지…

친구들이 얼음 구덩이에서 나를 건져 준 후. 30분 넘게 떨다가 젖은 옷으로 집에 들어가서 엄마한테 혼나면서 “

다시는 거기서 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였지.

근데 언젠가는 지나가다가 또 들어가서 놀게 되었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지나가는 엄마한테 들키고야 말

았어. 화가 잔뜩 난 엄마는 위에서 흙을 한줌 집어 던졌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친구들도 같이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지… 그때 우리는 엄마가 너무 크게 보이고 무서웠었어.

그러던 엄마인데… 지금은 엄마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가 지금 내 나이에 나를 낳았네.

엄마 이름만 불러도 뭉클한 내 엄마 김동여 여사님!

더욱 건강해지셔서 우리 여섯 딸내미들 이름 하나 하나 불러 주면 좋겠다.

막내 딸 정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