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이젠 좀 살 것 같아요. 통증도 많이 나아 졌어요” 입원 다음날 영상예배를 마치고 님의 방에 들렀을 때

님과의 첫 만남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님은 1998년 돌봄을 시작한 안호선 첫 환우 장○○권사님의 자부셨습니다.

부부가 아침저녁으로 찾아 와서는 가라앉기 쉬운 병실 분위기를 밝게 해 주곤 했습니다.

가구점을 운영하기에 쉼터(로뎀나무)가 개설되었을 때에는 거실 탁자를 보내 주기도 하였고, 사돈을 소개하셔

“개인사업을 하는 관계로 좀처럼 틈을 내지 못하였으나 이젠 그 동안의 빚도 갚을 겸 봉사를 시작 해야겠어요”

그런데 수료식을 몇 주 앞두고 있던 2012년 연말… 갑자기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두 주째 결석이기에 전화를 드렸더니 “저. 그동안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었어요. 지금 OO대학병원에 와 있

어요”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음 날 서둘러 병원을 찾으니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 진 후, 검사를 해 보니 한 달 전 모 대학병원 종합검진에

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대장암이 발견되었으며 이미 전이가 되어 주변을 많이 적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면서 “

이건 의료사고가 아닐까요?”하면서 어처구니없어 했습니다. 님의 3년여 길고도 고통스런 투병생활이 이렇게 시

작되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암세포로 인하여 항암치료를 10여 차례나 시행한 후. 이제는 휴대용 항암제를 맞

고 있다고 했습니다.

언젠가는 겨우살이 효소가 암 환자에게 좋다는 이야기가 있던 터라 집사람은 직접 만든 효소를 보내 주기도 하

였습니다.

지난 해 가을 하루찻집에는 오늘을 예견이나 한 것처럼 사업을 넘겨 준 아들 인사를 시켜 주기도 하였고, 실장님

에게는 “메트로병원으로 입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도 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특유의 명랑한 답신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건강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보내기도 했는데 어느

날. 마침 TV에서 면역정보가 나오기에 급히 시청을 권하는 문자를 보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즉답을 보내오곤

했는데 그날따라 답이 없었습니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며칠 후 갑자기 “지금 지방에 있는 대체요법 병원에 있

으며 간밤에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메트로병원 입원이 가능한지를 알아 봐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극심한 통증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어느 날. “천국 입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가는 길이 이렇게도 험 하네

요”라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여 주변 동역자들을 안타깝게 하였고 실장님은 함께 기도하며 위로를 해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서 여전히 ‘현실을 받아 드리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은 우리들에게도 아픔이었습니다.

님은 “비록 건강을 잃었지만 평소 생각 못한 많은 것을 얻었고, 특히 가족이 큰 힘이 된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

움을 표하기도 하였고, 찾아오는 친지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차분히 ‘부르심’을 준비하고 있

었습니다.

집사님! 이제 막 재롱을 시작하는 손주로 인해 한창 행복에 겨워 할 즈음에 훌쩍 떠나심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

입니다. 하지만 평소 사모하던 곳으로 가신 것이니 언제까지나 서러워 할 일만은 아니지요(눅16:22). 지난 4월

13일에는 남편분과 만났어요.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 드렸답니다.

슬픔을 잊으려고 아침엔 서예를, 점심엔 운동을, 저녁엔 악기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적어

도 한 달에 한번은 교회를 나가겠다”는 약속도 했답니다.

저는“형님이 되어 주겠다”고 했고, 집사님이 생각날 때는 언제든지 전화해도 된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