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롱조의 말입니다.

그럴듯한 꽃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향기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록 ‘무늬는 없어도 향기를 내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의 동역자 메트로병원입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고무(鼓

舞)적입니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의 저변화가 제도화에 거는 가장 큰 기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심스러

운 것은 자칫, 경제논리로만 접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수익성 때문이라면 ‘무늬만 꽃’이 되

기 쉽습니다.

모든 종사자 돌봄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안입니다. 전인적 건강은 편안(便安)과 평안(平安)의 균형에 있습니다.

편안은 육체적이라고 할 수 있고, 평안은 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스피스 환우들은 육체적으로는 이미 한계점에서 점점 더 최악의 상태로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호스피

스 팀은 이분들에게 통증관리 등 증상을 완화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른 축(軸) 영적 평안을 극대화 시켜 주

어야 합니다(요14:27). 그래야 생존 기간에 그나마의 안정이 유지되면서 나머지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가 있

는 것입니다. 여기에 종교적 역할과 책임은 실로 지대하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메트로병원으로부터 협력사업을 제안 받고 이미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적으로 산재된 D. S.

K 종합병원 등을 견학하였습니다. 운영 실태에 대한 여러 안내를 들은 후, 마지막으로 영적 돌봄에 대하여 질문

을 드리곤 하였습니다.

메트로병원은 기독교 재단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사장님께 영적 돌봄의 중요성을 말씀드렸고, 이사장님께

서는 깊은 이해와 함께 적극 지원을 약속하시면서 이를 명문화하여 지금도 매년 갱신되는 협약서를 통하여 그

약속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협약 시 저희는 “흔히 관행상 제공될 수도 있는 봉사자 식사제공 등.. 어떤 반대급부도 사절하겠다”며 관심이 오

직 영혼사랑에만 집중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지금도 그 의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협력의 길을 걷는 동안에 양자 간에는 상호 신뢰적 관계가 돈독해졌고, “완화치료와 함께 종교적 양심에

따른 헌신과 영적 돌봄으로 평안을 유지시키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도록 돕고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

습니다(지난호 ‘사별가족 이야기’에서 유수미님의 사례 참조).

이곳은 늘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이끄시는 전세현 과장님과 간호사님들. 코디 복지사님. 잘 훈련된 도우미님들 그

리고 3개월여 훈련과정에서 강한 소명자로 무장된 저희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원에 위치한 ‘로뎀나무’

쉼터와 가정호스피스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 돌봄입니다.

언젠가 차세대 지도자로 기대되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곁을 떠난 샘병원 호스피스 담당의 (故)문도호 선생

은 사석에서 “목사님. 안호선이 가장 아이디얼(理想的)하게 생각되네요”하며 부러운 듯 의미 있는 평가를 하기

도 하였습니다.

영적 돌봄의 핵심은 예배입니다. 예배는 위기자와 절대자 사이의 소통의 장(場)입니다. 예배에 들어가면서 한분

한분의 이름을 불러 드림으로써 개인이 절대자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되도록 도우며, 찬송과 기도 등을 통해

상실감. 외로움. 두려움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설교를 통해 위로와 소망 가운데 평안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혹자는 ‘특정 종교 때문에 운영 상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 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육체적 편안과 영적 평안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다른 것입니다.

영적 고통의 본질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출발합니다. 이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종교의 핵심과제입

니다. 급속히 무너지는 위기상황이 수단적 지지인 사회적 돌봄이나 마인드 컨트롤 차원의 심리적 접근으로 해소

될 수가 있을까요?

치유에 대한 실망은 자연스럽게(본능적으로) 내세 보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종교의 핵심은

“죽기를 두려워하여 종노릇하는 자를 놓아 줌”에 있습니다(히2:15).

요14: 1~1에는 “너희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약속하셨습니다.

본회는 매일 30분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영적 돌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메트로병원 이대순 이사장님과 임직원분들께 마음깊이

감사를 드립니다.